미얀마 군정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지 2년이 되는 1일(현지시각) 국가비상사태를 재차 연장해 군부 통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침묵 시위로 대응했다. 군정 2년 간 "테러리스트" 토벌을 명목으로 한 공습이 이어져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다수 숨졌고 11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빈곤은 2배로 증가했다.
1일 <AP> 통신,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 등에 따르면 전날 회의를 연 미얀마 국가방위안보위원회(NDSC)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를 6달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군부가 정부의 모든 권한을 갖고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입법·사법·행정 전권을 휘두르는 현 체제가 유지된다.
군부는 쿠데타 뒤 첫 1년 간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두 차례 비상사태를 연장했고 이날 세 번째 연장을 발표했다. 앞서 군정은 오는 8월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비상사태 연장으로 총선 일정도 뒤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부가 지난달 사실상 민주 진영을 배제하는 방식의 새 선거법을 발표해 향후 선거가 치러지더라도 새 정부의 정당성을 두고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2월1일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3달 전 치러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며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2020년 11월 치러진 총선에선 아웅산 수치(77) 국가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뒀다. 이후 군부는 수치 고문을 감옥에 가두고 뇌물 수수·헬기 구매 관련 부패 등 여러 혐의를 씌워 33년형을 선고했다. 인권단체들은 재판이 엉터리라며 비난하고 있다.
외신들은 쿠데타 2년을 맞은 이날 시민들이 침묵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활동가들이 시민들에게 집 밖에 나오지 않고 업장 문을 닫는 방식의 시위 동참을 요구한 이날 미얀마의 많은 도시가 침묵에 잠겼다고 보도했다. 민주화 운동가인 신자르 슌레이는 BBC에 "침묵 시위의 주된 의미는 전사한 영웅들을 기리고 공적 영역을 되찾는 것"이라며 군부가 "결코 우리를 지배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태국과 일본의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서방 국가들은 쿠데타 2주년을 앞두고 미얀마 군정에 대한 새 제재 조치를 발표한 상태다. 지난달 31일 영국 정부는 군부의 "권력 유지를 위한 야만적 공습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항공유 공급 회사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 정부는 미얀마 연방선거관리위원회(UEC)와 군부의 자금원으로 지목된 미얀마석유가스공사(MOGE)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호주 정부도 "심각한 인권유린"에 대한 책임을 물어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포함한 군부 핵심 인물에 대한 표적 제재를 밝혔다.
군용기 동원 자국민 공습에 어린이도 사망…인권단체 “2년간 군부가 3000명 살해”
지난해 9월 전직 유엔(UN) 미얀마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얀마특별자문위원회(SAC-M)는 군부가 안정적으로 통치하는 지역은 미얀마 전체 면적의 17%에 불과하며 52%는 실질적으로 반군의 통제 아래 있다고 분석했다. 국토 대부분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군부는 “테러리스트” 토벌을 명목으로 곳곳에 공습을 단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중부 사가잉주 한 학교가 군용 헬기의 공격을 받아 최소 7명의 어린이가 숨졌다. 당시 숨진 어린이 폰 테이 쟈의 어머니 띠다 윈은 공습이 멈춘 뒤 학교로 달려갔을 때 아이가 피 웅덩이 사이에서 상처를 입은 채 살아 있었다고 미 CNN 방송에 말했다. 그는 아이가 상처에 고통스러워 하며 “엄마, 제발 저를 죽여주세요”라고 두 번이나 애원했다고 전했다. 그는 무장한 병사들에 둘러싸인 채 7살 아이를 무릎에 눕히고 숨을 거둘 때까지 아이가 평온하도록 기도했다고 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 집계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1일까지 최소 2947명이 군부에 의해 살해됐다. 1만7598명이 체포됐고 이 중 1만3787명은 여전히 구금돼 있다. 톰 앤드류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CNN에 쿠데타 이후 11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고 2만8000채의 가옥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성장률 곤두박질·빈곤 2배 증가…"국제사회 지원이 흐름 바꿀 수 있어"
쿠데타 뒤 미얀마 경제의 거의 모든 부문은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은행(WB) 자료를 보면 미얀마의 2021년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17.9%나 하락했다. 전년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세계경제가 침체된 뒤 2021년에 많은 국가가 반등 효과를 누린 것을 감안하면 더욱 뼈아픈 수치다. 같은 해 전세계 GDP 성장률은 5.9%를 기록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9월 코로나19와 쿠데타 및 이후 내부 갈등 등이 결합해 미얀마의 경제 위기와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화시켰고 특히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세계은행은 2020년 3월에 비해 2022년 미얀마의 빈곤이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며 미얀마 인구의 40%가 빈곤선 아래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군부가 폭력적으로 정권을 전복시키며 국제사회의 제재가 잇따랐고 노르웨이 통신사 텔레노어,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 등 외국 기업의 철수도 이어졌다. 익명을 요청한 미얀마 사업가는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군정이 기업에 보유 외화를 미얀마 통화 짯으로 바꾸기를 강요하고 경제 정책에 대해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는 "기업가들에게 적대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군정 아래 사업 운영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세계의 이목과 지원이 쏠리며 미얀마 위기는 "잊혀진" 상황이다. CNN은 1일 앤드류스 특별보고관이 군부가 미얀마의 절반도 안정적으로 통치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들어 국제사회의 지원이 흐름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군부의 수입원·무기·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자원을 겨냥한 경제 제재와 같은 조율된 행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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