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략폭격기가 서해 상공에 진입했다.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올해 들어 북한의 별다른 군사 행동이 없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오히려 북한의 군사 행동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국방부는 "한미 공군은 1일(수) 미 전략자산 전개 하에 2023년 첫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며 "이번 훈련에는 우리 측의 F-35A 전투기와 미측의 B-1B 전략폭격기 및 F-22·F-35B 전투기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서해 상공에서 시행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연합공중훈련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비 강력하고 신뢰성 있는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미 공군의 연합작전수행 능력과 상호운용성을 증진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번 훈련은 작년 한미 정상회담과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 ( SCM ) 에서 합의한 바대로 '적시적이고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를 적극 구현하며, '행동하는 동맹'으로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자 하는 양국의 굳건한 결의가 반영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방부는 "앞으로도 한미 양국은 미국 전략자산 전개와 연계한 연합훈련을 강화하여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단호히 대응하기 위한 능력과 태세를 더욱 굳건히 갖추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한반도에 진입한 B-1B 전략폭격기를 포함해 북한이 두려워하는 미국의 전략자산은 북한의 군사 행동이 있을 때 이를 억제하기 위해 전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2023년 새해 들어 북한이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미가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기존과 다른 측면이 있다.
이처럼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북한의 군사 행동을 사전에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반발한 북한이 한미 양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더 강한 군사 행동을 실행할 빌미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미사일에 대해 최근에는 선제적 사용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긴 했으나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정당화해왔다. 그런 와중에 미국 전략자산의 선제적 전개는 이러한 북한의 명분을 강화해주는 근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미 양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이 북한을 압박‧설득해야 한다며 이른바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략자산의 선제적 전개는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측면도 있다.
미국 전략자산 전개가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 명분을 강화할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중국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에 핵‧미사일을 포기하라고 설득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편 한미 양국은 지난 1월 31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연합 훈련의 규모와 수준 확대, 전략자산의 수시 전개를 공언한 직후 전략자산을 전개하며 향후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도 여기에 '정면대결'을 공언하고 있어 한반도의 안보 위기는 상당히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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