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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못한 온라인불법도박 근절, 학생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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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못한 온라인불법도박 근절, 학생들이 나섰다

도박없는학교 학생들, 불법도박 계좌차단 나서 눈길

# 경기도 성남에 사는 A군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선배가 모바일 도박으로 순식간에 10만 원을 따는 것을 보고 불법 도박의 덫에 빠져 들었다. 당시 A군의 한 달 용돈은 3만원.

도박에 빠진 A군은 야릇한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매일 출석 체크에 비례해 보너스 점수가 늘어날수록 밤새워 도박에 심취하는 습관이 일상화되었다.

▲도박없는학교 인터넷 홈페이지. ⓒ도박없는학교

이후 A군은 불법 도박사이트를 연결해주는 총판에 이어 사채업까지 하면서 통장잔고가 항상 5000만 원 수준에 옷과 신발은 명품으로 치장해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뒤늦게 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A군은 부모에게 거액이 입금된 통장을 보여주고 심리치료와 ‘바보탈출’에 나서며 도박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온라인 불법도박이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도박없는학교’가 탄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도박없는학교는 청소년들의 도박예방과 치유를 위한 활동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불법도박 차단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불법사이트 계좌 추적과 차단에 주력하는 학교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불법도박의 바다에 추락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최근 설립된 ‘도박없는학교’는 도박중독에 빠졌던 중고교생들이 활동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현재 1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한 도박없는학교는 3개월 내 1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버티고 사법기관인 검찰, 경찰의 불법도박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법도박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것은 불법도박의 돈줄인 은행계좌 추적과 차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도박없는학교 학생과 교직원,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 전영민센터장 등이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프레시안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고 있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과거 대포통장에서 진화된 합법을 가장한 가상계좌를 통해 매월 수십, 수백억 원의 도박자금을 회수하면서 사법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도박없는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은 불법도박을 근절할 수 있는 확실한 불법사이트 차단을 위한 계좌추적으로 불법도박 운영자들의 범죄수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급소를 공격하는 것이다.

김기범 교장은 “대한민국도 불법도박을 단속하는 경찰이 있고 관련부처가 존재하지만 검색 한번으로 모바일과 인터넷은 카지노가 된다”며 “인터넷은 도박으로 물 들었고 한창 공부하고 꿈을 키워 나가야할 어린 학생들이 도박중독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의 합법사행산업 매출총량제와 말도 안 되는 규제로 불법도박은 날개를 달았고 온라인 도박은 불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기회의 공간이 되었다”며 “불법사이트 마케팅 첫 목표가 학교공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학교 특성상 한 명만 중독 시키면 그 학생은 반을 중독시키고 학교 전체까지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또 아직 미성숙하고 호기심 많은 학생들은 한 번 중독이 되면 오랜 시간 도박을 끊지 못하게 된다.

더욱 잔인한 것은 더 이상 게임자금이 없으면 짭짤한 수수료(총판)를 주며 친구들을 도박판에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거대한 도박판이 되어 버린 학교는 도박브로커와 사채업자가 된 조폭 같은 학생들이 활개치고 학교는 도박시장, 심하게 말하면 ‘도박학교’의 중심으로 변했다.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고 있는 온라인 바카라 도박.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바카라 도박을 가장 선호하는 게임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캡처

수도권의 모고교에서 불법 온라인도박 총판과 꽁지를 경험한 C군은 “총판을 하면서 500명이 넘는 회원을 가입시켜 돈을 벌었다”며 “10%의 높은 이자를 받는 꽁지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많은 학생들을 도박에 오염시켰다”고 토로했다.

수원에 사는 K군은 “수도권 학생 가운데 고교생은 절반 이상, 중학생도 상당수가 도박중독이 되어 있으며 여학생도 무시 못 할 수준”이라며 “총판과 꽁지로 돈을 버는 학생은 조폭 두목처럼 막강한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L군은 “모바일 등을 통한 온라인 불법도박은 학생들에게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며 “학생들의 불법도박 사실을 아는 교사들은 거의 없으며 학교와 가정, 학원을 가리지 않고 도박은 일상생활처럼 자리잡은 셈”이라고 전했다.

24시간 모바일 도박에 빠진 학생들은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사기와 절도, 폭력 등 제2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보통이고 고리의 사채를 쓰는 일이 일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판과 꽁지를 경험했던 B군은 “어머니 귀금속을 당근마켓에 팔아 도박자금 마련하는 것은 순진한 편이고 조건만남 등 범죄를 저지르는 친구를 숱하게 목격했다”며 “상습 거짓말쟁이에서 도박을 끊은 뒤 이제는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바다이야기 이후 설립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합법사행산업의 규제에 집중하면서 풍선현상으로 불법사행산업이 급격히 팽창했다”며 “불법도박 근절에 학생들이 앞장섰다는 사실에 성인들과 정부당국은 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범 교장은 “온라인 불법도박 근절을 위해 도박없는학교 학생들이 불법온라인도박 계좌를 추적해 도박없는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해당 은행과 금감원 등에 신고할 것”이라며 “이어 사법당국과 국세청 등에 신고해 불법도박이 근절될 때까지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1년간 이런 활동을 하게 되면 1000개가 넘는 불법도박사이트들의 상당수가 폐쇄될 것”이라며 “불법도박 시장에 사상 초유의 도박없는학교의 활동은 국가와 사회에 새로운 경종을 울리고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저승사자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에서 열린 도박없는학교 미니 워크숍. ⓒ프레시안

한편 도박없는학교 학생들과 운영위원들은 최근 강원랜드 클락(중독관리센터)과 오투리조트에서 1박2일 워크숍을 갖고 도박없는학교 출범을 알리고 불법도박 근절을 위한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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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봉

강원취재본부 홍춘봉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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