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바람 속에서 구 민주계, 구 열린우리당계, 친노계, 토호그룹들이 아수라장을 벌이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흉흉한 이야기가 그치지 않던 차에 비극적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경선단 모집 과정에서 불법 선거 단속에 걸린 60대 남성이 자살한 것. 한명숙 대표가 "진상을 조사해 엄정 처리하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갈피도 못 잡는 형국이다.
'민주주의의 심장'인 광주의 자존심이 심각하게 손상당했다. PK(부산경남)처럼 정치1번지로 떠오르고 안철수, 문재인에 김두관까지 대선주자군들이 각축을 벌이지는 못할망정 망신살만 뻗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의 아들' 천정배 의원은 광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 천정배 의원은 아직 출마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오세훈 전 서울 시장 사퇴 이후 가장 먼저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고 지역구 안산을 떠나 서울로 이사까지 해버린 이후 천정배의 정치적 스텝은 꼬였다. "거취를 당에 일임하겠다"고 말 한 이후 서울 강남 지역 전략공천설만 솔솔 흘러나올 뿐이다.
강남 아니라 더한 곳이라도 출마해야겠지만 먼저 과연 민주당 중진들의 강남 러시가 효율적인지, 효율성을 떠나 유의미한지도 의문이다. 물론 상징적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고, 대선을 바라본다면 강남에 깃발을 꽂진 못하더라도 상당한 득표율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동영에 천정배까지 나설 필요가 있는지, 나아가 "죽으라면 죽겠습니다"식 출마가 강남 민심에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게다가 정동영이나 천정배는 19대 국회에서도 필요한 인물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각각 통일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두 사람은 야권 내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성찰과 반성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 몸으로 맞선 인물이다. 민주통합당이 집권을 하면 국정경험과 진보적 신념 모두를 갖춘 중진의 가치는 더 빛날 것이다. 만약 집권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민주통합당을 진보적 자리에 붙잡아 놓을 사람이 이들이다. 또 다른 김진숙이 크레인 위에 올라갔을 때 밑에서 기다리는 '의원님'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광주, 전남이다. 1987년 이래 광주와 전남은 항상 민정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의 최대척점에 서 있다. 1997년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까지 이끌어 냈고 2002년에도 노무현 후보를 압도적으로 밀었다. 그런데 그게 다다. 그냥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고 마이너스 통장이었다.
정치에 뜻을 둔 호남 출신의 경쟁력 있는 인사들은 지속적으로 수도권에 수혈 됐다. 서울과 경기, 인천을 잡아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20년 이상 이어진 수도권 우선주의는 광주전남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정치의 2부 리그로 전락시켰다. 관심도 떨어지고 감시도 소홀한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호남지역 자치단체의 추문이 전국에서도 최상위권이 된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한 탓인지 '큰 뜻'을 품은 호남 출신 정치인들도 일부러 고향과 거리를 뒀다. 호남 출신 정치인들만 욕할 것도 아니다. '호남이 미는 비호남 후보'만이 필승카드라는 '진보개혁적 인사'들이 얼마나 많았나? 그리고 또 그 말이 현실에서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박탈당한 광주전남 유권자들의 권리를 되돌려주라
그래서 천정배가 광주로 돌아가야 한다. 신인 몇몇이 투입된다고 해서 광주와 전남 정치판이 쇄신될 상황이 아니다. 무게감 있는 중진이 광주의 복판으로 들어가 판을 휘저어야 한다. 김대중 이후 탈각돼 가는 광주 전남의 진보성을 부활시켜야 한다. 호남이 민주당 보수파의 근거지가 된지도 이미 오래다. 2012년 현 상황에서 지역주의에 맞선다는 것은 호남을 우회하는 게 아니다. 호남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서는 것이야말로 지역 구도를 깨는 것이다.
광주 전남 유권자들도 "새누리당이 싫어서, 박근혜만은 막아야겠기에"가 아니라 "우리 지역 대표 정치인이 자랑스러워서, 이 사람을 키우고 싶어서, 대통령도 만들고 싶어서" 한 표를 행사할 자격이 있다. 이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그 자격을 박탈당해왔다.
세칭 '목포 3대 천재' 중 한 사람인 천정배는 책임도 자격도 충분하다. 국민회의 창당 직후인 1996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픽업으로 수도권에선 괜찮은 자리인 안산 지역구를 배정 받아 내리 4선을 했으니 광주로 내려가 책임을 질 때가 됐다. 가미가제식 출마 대신에.
전두환 정권의 판검사 임용을 거부한 인권변호사, 김대중 정부 말기 정풍운동의 주역인 천·신·정의 일원, 부산에서 낙선한 '바보 노무현'을 처음으로 지지하고 나선 현역 의원, 우경화되던 노무현 정부 말기 26일 간의 한미FTA반대 단식의 주인공 정도면 적임자일 수 있지 않나?
물론 "광주로 내려가면 '큰 뜻'을 못 편다"는 고정관념이 여전할 수 있다. "서울에서 안 되니 내려오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천정배가 먼저 부딪혀야 한다. "호남에서도 대통령을 왜 또 못 만드냐"고 누군가는 먼저 깃발을 들어야 한다. 그래야 올해가 아니라도 5년 후에, 천정배가 아니더라도 천정배의 후배가 '큰 뜻'을 이룰 수 있다. 광주 전남 출신 인재들이 굳이 수도권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고향을 먼저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미안한 말인지 몰라도, 대통령이 되야만 '큰 뜻'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치사에도 미국 민주당의 큰 어른이자 당내 진보파의 맹주, 상원의 사자(Lion),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강남 아니라 더한 곳이라도 출마해야겠지만 먼저 과연 민주당 중진들의 강남 러시가 효율적인지, 효율성을 떠나 유의미한지도 의문이다. 물론 상징적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고, 대선을 바라본다면 강남에 깃발을 꽂진 못하더라도 상당한 득표율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동영에 천정배까지 나설 필요가 있는지, 나아가 "죽으라면 죽겠습니다"식 출마가 강남 민심에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게다가 정동영이나 천정배는 19대 국회에서도 필요한 인물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각각 통일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두 사람은 야권 내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성찰과 반성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 몸으로 맞선 인물이다. 민주통합당이 집권을 하면 국정경험과 진보적 신념 모두를 갖춘 중진의 가치는 더 빛날 것이다. 만약 집권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민주통합당을 진보적 자리에 붙잡아 놓을 사람이 이들이다. 또 다른 김진숙이 크레인 위에 올라갔을 때 밑에서 기다리는 '의원님'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광주, 전남이다. 1987년 이래 광주와 전남은 항상 민정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의 최대척점에 서 있다. 1997년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까지 이끌어 냈고 2002년에도 노무현 후보를 압도적으로 밀었다. 그런데 그게 다다. 그냥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고 마이너스 통장이었다.
정치에 뜻을 둔 호남 출신의 경쟁력 있는 인사들은 지속적으로 수도권에 수혈 됐다. 서울과 경기, 인천을 잡아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20년 이상 이어진 수도권 우선주의는 광주전남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정치의 2부 리그로 전락시켰다. 관심도 떨어지고 감시도 소홀한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호남지역 자치단체의 추문이 전국에서도 최상위권이 된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한 탓인지 '큰 뜻'을 품은 호남 출신 정치인들도 일부러 고향과 거리를 뒀다. 호남 출신 정치인들만 욕할 것도 아니다. '호남이 미는 비호남 후보'만이 필승카드라는 '진보개혁적 인사'들이 얼마나 많았나? 그리고 또 그 말이 현실에서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박탈당한 광주전남 유권자들의 권리를 되돌려주라
그래서 천정배가 광주로 돌아가야 한다. 신인 몇몇이 투입된다고 해서 광주와 전남 정치판이 쇄신될 상황이 아니다. 무게감 있는 중진이 광주의 복판으로 들어가 판을 휘저어야 한다. 김대중 이후 탈각돼 가는 광주 전남의 진보성을 부활시켜야 한다. 호남이 민주당 보수파의 근거지가 된지도 이미 오래다. 2012년 현 상황에서 지역주의에 맞선다는 것은 호남을 우회하는 게 아니다. 호남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서는 것이야말로 지역 구도를 깨는 것이다.
광주 전남 유권자들도 "새누리당이 싫어서, 박근혜만은 막아야겠기에"가 아니라 "우리 지역 대표 정치인이 자랑스러워서, 이 사람을 키우고 싶어서, 대통령도 만들고 싶어서" 한 표를 행사할 자격이 있다. 이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그 자격을 박탈당해왔다.
세칭 '목포 3대 천재' 중 한 사람인 천정배는 책임도 자격도 충분하다. 국민회의 창당 직후인 1996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픽업으로 수도권에선 괜찮은 자리인 안산 지역구를 배정 받아 내리 4선을 했으니 광주로 내려가 책임을 질 때가 됐다. 가미가제식 출마 대신에.
전두환 정권의 판검사 임용을 거부한 인권변호사, 김대중 정부 말기 정풍운동의 주역인 천·신·정의 일원, 부산에서 낙선한 '바보 노무현'을 처음으로 지지하고 나선 현역 의원, 우경화되던 노무현 정부 말기 26일 간의 한미FTA반대 단식의 주인공 정도면 적임자일 수 있지 않나?
물론 "광주로 내려가면 '큰 뜻'을 못 편다"는 고정관념이 여전할 수 있다. "서울에서 안 되니 내려오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천정배가 먼저 부딪혀야 한다. "호남에서도 대통령을 왜 또 못 만드냐"고 누군가는 먼저 깃발을 들어야 한다. 그래야 올해가 아니라도 5년 후에, 천정배가 아니더라도 천정배의 후배가 '큰 뜻'을 이룰 수 있다. 광주 전남 출신 인재들이 굳이 수도권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고향을 먼저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미안한 말인지 몰라도, 대통령이 되야만 '큰 뜻'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치사에도 미국 민주당의 큰 어른이자 당내 진보파의 맹주, 상원의 사자(Lion),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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