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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명 사망 '팬암기 테러' 진실 밝혀질까…미, 추가 용의자 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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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명 사망 '팬암기 테러' 진실 밝혀질까…미, 추가 용의자 구금

전 리비아 정보요원 "폭탄 제조 및 전달"…2003년 카다피 시인 뒤에도 의혹 지속

270명의 목숨을 앗아간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 팬아메리칸월드항공 여객기(팬암기) 폭파 사건의 추가 주요 용의자가 미국에 구금됐다. 당시 리비아가 배후로 지목됐지만 구체적 증거를 잡지 못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던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미 법무부가 11일(현지시각) 팬암기 폭파에 사용된 폭탄을 만든 혐의를 받는 전 리비아 정보요원 아부 아글리아 모하마드 마수드가 미국에 구금돼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마수드가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사건 발생 34년 만에 주요 용의자가 처음으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1988년 12월21일 259명을 태운 채 영국 런던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팬암기가 출발 38분 뒤 로커비 상공에서 폭발했다. 이 사건으로 탑승한 전원이 숨지고 폭발 잔해물로 지상에 있던 11명까지 희생되며 총 270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190명이 미국인으로 미국은 이를 2001년 9·11 테러 이전 미국 시민에 대한 가장 큰 테러 공격으로 간주했다. 당시 공격의 배후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지목됐고 1991년 리비아 정보 요원인 압델 바세트 알리 알 메그라히와 라멘 칼리파 피마가 기소됐다. 리비아가 이들을 미국이나 영국으로 보내는 것을 거부해 네덜란드에서 열린 재판에서 2000년 메그라히에게는 종신형이, 피마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암에 걸려 2009년 석방된 메그라히는 2012년 숨졌다. 다만 메그라히 본인과 가족은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고 유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혹도 계속해서 제기됐다. 2003년 카다피 정부가 팬암기 폭파 사건 책임을 인정했음에도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리비아가 사건 이후 가해진 제재 해제 목적으로 혐의를 인정한 것이라는 의심 또한 계속됐다.

미 법무부는 이미 지난 2020년 마수드의 혐의 사실을 밝히고 기소한 바 있다. 당시 마수드는 이와 무관한 사건으로 리비아에 구금돼 있던 상태였다. <AP> 통신은 미 당국이 마수드 체포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말 리비아 현지 언론에 마수드가 11월16일께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자택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고 트리폴리 당국이 해당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보도가 실렸다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 진술서와 검찰에 따르면 마수드의 존재는 사건 초기 조사에서부터 떠올랐지만 그가 누구인지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2012년 마수드가 체포돼 리비아 사법 당국과 면담한 사실이 발견되면서 돌파구가 생겼다. FBI는 영어로 번역된 이 진술서 사본을 2017년에 입수했다. 마수드는 해당 진술서에서 팬암기를 폭파한 폭탄을 제조해 메그라히와 피마의 실행을 도왔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어 리비아 정보 관리들에게 해당 폭탄을 여행가방에 장착해 리비아와 이탈리아 사이 지중해에 위치한 몰타로 가지고 가라는 지시를 받아 중간 크기의 샘소나이트 여행가방을 들고 몰타로 향했으며, 몰타 공항에서 메그라히와 피마에게 가방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그는 발견이 어렵도록 여행가방의 금속 부분에 폭발물을 숨겼다고 했고 수하물 컨베이어벨트에 가방을 올린 것은 피마라고 밝혔다. 마수드는 여행가방을 넘기고 트리폴리로 돌아온 뒤 미국 항공기가 상공에서 폭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여행가방'이 역할을 했다고 확신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후 피마와 함께 카다피를 만나 "미국에 대항해 위대한 국가적 임무를 수행한 것에 대한 감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피해자가 가장 많은 미국에서 열릴 첫 재판에서 사건의 완전한 진실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FBI가 확보한 마수드의 진술서에는 사건에 대한 구체적 정황이 포함돼 있지만 리비아에서 구금 중에 진술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국 BBC 방송은 메그라히의 변호사인 아메르 안와르가 마수드는 실질적으로 "인권 침해로 비난받는" 군벌의 구금 아래 있었다고 지적했다며 재판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테러 전문가인 브루스 호프먼 조지타운대 교수는 증거의 일부가 리비아 감옥에서 수집됐기 때문에 법정에서 "증거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법무부가 이 사건을 수 년 간 조사했으므로 이를 고려해 보강 증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추가 용의자가 법정에 설 것이라는 사실은 34년 간 진상 규명을 추구해 온 유족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폭발로 남편을 잃고 유족 모임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스테파니 번스틴(71)은 <워싱턴포스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든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마수드가 12일 법정에 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고 매체에 전했다.

▲1988년 12월21일 영국 스코틀랜드 로커비에 추락한 팬아메리칸월드항공 여객기(팬암기) 잔해 앞을 한 경관이 지나고 있다. 폭탄 테러로 로커비 상공에서 259명을 태운 채 폭발한 이 여객기의 탑승자 전원이 숨지고 폭발 잔해물로 지상에 있던 11명까지 희생됐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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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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