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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고현주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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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고현주를 기억하며

[추모] 소년원 아이들의 <꿈꾸는 카메라>, 4.3 아픔 담은 <기억의 목소리>… 사진가 고현주 별세

사진가 고현주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소년원 아이들이다. 그는 2007년부터 준비해 이듬해부터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쳤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게 하고 그 마음을 카메라에 담게 했다.

소년원 아이들과의 제주 여행을 따라간 적이 있다. 2011년 가을이었다. 옆에서 세심히 관찰하고 하고 싶은 말을 이끌어내는 그의 눈길과 조언이 인상 깊었다.아이들이 속내를 글과 사진으로 표현하는 시간은 놀라웠다. 그는 깊이 있는 생각과 용기있는 표현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이들의 사진은 그의 글과 함께 2011년부터 <프레시안>에 연재됐고 2012년 책 <꿈꾸는 카메라>로 묶여 나왔다.

본래 그는 음악교사였다. 피아노를 전공하고 서귀포 중문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6년쯤 일하다 교장과 싸우고 학교를 그만뒀다. 1999년의 일이다. 아이들 악기 사 줄 돈은 없다고 하면서 장학사가 온다는 소리에 국화 화분을 300만원어치나 사들인 교장을 들이받고 사표를 냈다. 사발면 그릇 두개를 붙여 장구 모형을 만들어 수업하던 상황이었기에 할 말을 참을 수 없었다. 마침 지원했던 대학원에 합격한 상태여서 큰소리도 치고 사표도 낼 수 있었다.

2000년에 상명대 대학원에 들어갔다. 사진 전공을 선택한 데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삼촌 영향이 컸다. 어려서부터 '목석원 삼촌'(백운철 작가) 작업실에 가서 놀곤 했는데 당시로서는 구하기 어려운 외국 사진집도 많이 보고 암실 작업도 실컷 해보며 사진에 매료됐다.

대학원에 들어가 재개발 지역의 빈 집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때 강의하던 구본창 선생이 전시를 권유했고 2002년 첫 개인전을 열고 사진비평상을 받았다. 본격적인 사진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2006년에는 대검찰청, 국회의사당 등 주요 기관의 공간 사진으로 '기관의 경관' 전을 열었다.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 이후 2014년에는 <중산간> 작업도 발표했다.

다음 작업은 4.3이었다. 2016년 암투병을 시작했지만, 2018년 4.3 작업을 강행했다. 그는 "제주에 너무 많은 빚을 졌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며 작업을 고집했다. 4.3 사건과 관련한 사물, 사람, 풍경으로 이뤄진 '기억의 목소리' 3부작은 올해 들어서야 완결됐다.

아픔이 서린 장소에 희생자 수 만큼 붉은 보자기로 싼 빛나는 상자를 놓고 그 풍경을 담았다. 성산일출봉, 표선해수욕장, 섯알오름 등 제주의 아름다운 명소에 4.3의 아픔이 스며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붉은 보자기를 선택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어서였다.

그는 마지막까지 전시에 매달렸다. 제주 전시에 이어 서울 전시를 준비해왔는데 전시가 시작되는 날이 결국 그의 발인일이 되고야 말았다. 6일부터 서울 청운동 류가헌에서는 그의 유작 전시가 된 <기억의 목소리 3: 아름다운 제의>전이 열린다.

▲기억의 목소리 III ⓒ고현주
▲기억의 목소리 III 표선해수욕장 ⓒ고현주

그는 이런 글을 썼다.

"기억이란 상실의 추억이 아니라 적극적인 애도의 실천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잊지 않는다는 것이고, 잊지 않는다는 것은 그 기억의 실천을 통해 현재를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것이다."

74년이나 지난 4.3 사건이 어떻게 기억돼왔는지에 대해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문득 11년 전 카페에서 만나 "나는 예술만 하지 않겠다"고 말하던 그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는 적극적으로 실천적인 방법을 고민하던 예술가였고 그렇게 살았다.

애도와 추모의 최선은 기억이라고 쓰다가 고친다. 그저 떠올리는 기억이 아닌 더 나아가게 하는 기억이어야 한다고 . 실천적인 기억이란 어떤 것일지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고현주 선배가 이르게 세상을 떠났다. 이번 생 고생 많으셨고 고마웠다고, 많이 배웠다고 전하고 싶다. 떠나는 길이 너무 외롭지 않았으면 한다.

▲2011년 제주에서…고현주 사진가 ⓒ고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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