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합의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조사 개시 첫 날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 측이 합의 하루 만에 조사 대상에서 대검찰청을 빼달라고 돌연 요구하면서 특별위원회 회의는 열리지도 못한 채 순연됐다.
여야는 24일 오전 첫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조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여당 특위 위원들의 불참으로 파행됐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특위 사전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대검찰청은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에 마약과의 전쟁 관련해서도 수사지휘권이 전혀 없고 대검찰청이 경찰의 인력 배치에 대한 지휘권도 없는데 (조사 대상에) 넣는 목적이 뭐냐"며 "결국은 이재명 방탄이란 비판이 너무 많다"고 밝혔다.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대검찰청과 경찰 마약수사 인력운용과의 연결고리가 증명만 되면 (국정조사 대상에 넣을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넣을 이유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대검찰청이 왜 대상 기관에 들어갔느냐는 의견을 말씀드렸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맞다(고 했다)"고 했다. 검찰이 집중한 마약 수사에 초점을 맞춘 야당의 공세가 예상되면서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합의 당사자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비대위 회의에서 "불만스러운 점이 많지만 야3당의 일방적인 국정조사를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 예산 처리가 법정기한 안에 반드시 이뤄져야 된다는 점 때문에 불가피한 합의였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당내 설득을 시도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정부 측과 조율을 거쳤다'며 대통령실 등과 협상 경과를 공유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오전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의 협상 방향이 옳았다고 판단한다"면서 "이 시점에서 국정조사가 적절치 않다고 보는 건 특수본 수사에 (국정조사가) 방해될 수 있다는 지적인데, 특수본(수사 마무리) 시점과 예산 통과 시점이 비슷하다면 방해 요인은 제거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전날 의원총회에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 핵심 인사들이 불참하며 친윤(親윤석열)계의 불만이 표출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청년 참모로 알려진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여러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찍 통과시켰어야 됐는가"라고 전날 합의를 공개 비판하는 등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회의론이 지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장 이사장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좀 부적절한 조항들도 들어가 있다. 대검이 왜 국조 대상에 포함돼야 됐는지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을 못하겠다"며 "마약 수사 관련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대검을 포함시킨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서 전날 합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고, 그것이 장 이사장이나 특위 위원들의 언행과 무관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대상이 아닌 기관들을 부르는 부분은 사실 좀 목적에 어긋난다"며 전날 여야 합의사항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이 수석은 이날 국회를 찾아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협의가 부적절하다는 얘기가 많았다'는 질문에 "그런 것들이 있으니 논란이 생기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조사 대상에 대검이 포함된 것은 양당 원내대표가 전날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추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조특위 위원장을 맡은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조사 대상에 대검을 제외하자는 국민의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우 의원은 "저 당 의원들도 다수는 합의했는데 어떻게 이걸 이렇게 뭉개냐"면서 "지금 재협상을 하는 것은 나쁜 관례가 된다"고 했다.
이어 "저쪽(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정식으로 다시 요청한 것도 아니고 일부 의원들의 반발인데 그것 때문에 전체 일정을 언제까지 다 기다릴 수는 없다"고 했다.
야당 특위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 또한 "어제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해서 합의문까지 발표했는데 지금 국민의힘에서 대검찰청을 좀 빼달라고 한다"면서 "우리는 대검찰청을 빼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여야 간 합의가 불발될 경우에 대해 "만약 합의가 안 되면 야3당의 합의대로 가야되지 않을까라는 생각한다"며 "다시 얘기해봐야겠지만 원내대표 간 합의한 것을 빼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국조특위 일정이 순연되면서 오후 2시로 예정돼있던 본회의 또한 오후 4시로 연기됐다. 본회의에 앞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기 의원총회를 열고 이날 파행 상황과 관련해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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