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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위해 해야 할 다섯 가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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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위해 해야 할 다섯 가지 일

"이태원 피해자 대변하겠다" … 162개 시민단체 '참사 대응' 돌입

162개 시민사회단체가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유가족들을 대변하고 지지하겠다"며 참사 대응 후속활동에 돌입했다.

참사 이후 유족 측과 논의를 진행해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포함해 참여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시민단체들이 참여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김용균재단 등 또 다른 사회적 참사 유가족 모임도 함께 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 모인 이들은 전날 열린 유가족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이 주장한 6가지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지금 당장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을 위해'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정리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지난 22일 유가족들은 정부당국에 △책임자의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책임규명 △규명 과정에 대한 피해자들의 참여 보장 △피해자 지원 및 피해자간의 소통 보장 △사회적 기억 및 추모를 위한 조치 △2차 가해 방지 등의 6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관련기사 ☞ 이태원 참사 유족 "무능한 정부에 자식 빼앗겨"…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이날 단체들은 해당 요구사항에 발 맞춰 "여섯 가지 요구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피해자를 대변하고, 피해자에게 연대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활동 목표와 계획을 발표했다. <프레시안>은 발표된 활동 계획과 현장 관계자들의 발언 및 질의응답을 종합해 시민사회가 선언한 '지금 당장의 역할'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 시민사회가 함께 하겠습니다' 기자회견의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첫째, 흩어져버린 피해자들을 조직한다

이태원 참사 대응이 세월호 참사 등 이전의 사회적 참사 때와 가장 달랐던 점은 '피해자들이 조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거주지나 소속 등 피해자 간의 공통분모가 적었던 이번 참사의 피해자들은 참사 발생 직후 각 병원 및 빈소로 흩어졌다. 지자체 등과의 논의도 "서로 누가 누군지도 모른 채" 개별적으로 이루어졌다.

"연락이 닿은 유족들끼리 하나둘씩 도움을 요청해 오셨다"고 설명한 하주희 민변 사무총장은 "참사 2주가 지나도록 정부 쪽에선 피해자들에게 유족들을 위한 설명이나 질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며 민변의 유족 간담회 및 기자회견 개최 취지를 밝혔다. 피해는 분명한데, 그 피해 극복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기본적인 설명조차 듣지 못하고 있던 피해자들이 자구책으로 시민단체를 찾은 셈이다.

실제로 22일 기자회견 당시 참사 희생자 이민아 씨의 아버지 이종관 씨는 한 시민단체의 유가족 명단 공개를 계기로 일어난 소위 '명단 논란'도 "결국 (정부가) 유족들이 만날 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주희 사무총장은 "명단을 공개하느냐, 비공개하느냐의 논쟁을 넘어 유가족들의 생각을 묻고 그들의 의사에 따라 (피해자간) 연대 활동을 펼쳐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래대로라면 정부가 먼저 시행했어야 할 일이다.

이에 시민사회는 △상담 및 대책 협의 등 피해자의 권리 보장 △피해자 법률 지원 및 유가족 모임 창구 마련 등을 통해 피해자가 '조직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이전 참사의 피해 당사자들이기도 한 단체들은 4.16재단의 주관으로 "정부를 포함해 사회에 무엇을 요청하고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설명과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창구를 개설한다. 법률단체 민변은 "법적구제, 증거보전 신청, 책임규명을 위한 법적조치 등 포괄적인 법률 지원"을 제공하며, "유가족들이 서로 함께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유가족 모임 또한 지원할 예정이다.

▲23일 참여연대에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피해자 지원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참사 피해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둘째, '피해자'의 범위를 재정의한다

흩어져버린 피해자들은 비단 참사로 숨을 거둔 희생자들의 유가족만이 아니다. 이날 단체들은 "그날 그곳에 있었던 생존자 및 목격자, 그곳을 일터와 삶터로 삼고 살아온 상인이나 지역주민 등" 참사와의 직간접적 관련 속에 "고통 받고 있는 모두를 피해자로 호명"하고 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자캐오(민김종훈) 원장사제는 "그저 소소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던 수많은 이들", "당일 현장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상인들", 혹은 "내가 사는 곳에서 일어난 일을 뒤늦게 듣고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 등 참사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살아남았더라도 몸과 마음에 깊이 각인된 죄책감과 고통, 형용하기 어려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들에게 "절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회적 말하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피해자 권리보장 창구 운영 활동, 2차 가해 보호 활동 등 피해자 관련 활동들은 희생자 유가족뿐만이 아닌 참사의 '모든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셋째,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를 감시한다

유가족 기자회견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의 마련'이었다. 시민사회는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것을 넘어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2차 가해'를 적극적으로 감시·통제하기로 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보도와 온라인, SNS 등에서 2차 가해성 주장 또는 허위 정보들이 유포되고 있다"며 "언론과 미디어, 유튜브와 포털 댓글 등을 통해 벌어지는 2차 가해 표현을 막기 위해 '시민미디어감시단' 활동을 벌일 것"이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적 재난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만드는 허위사실 유포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미확인 주장 △개인정보 및 초상권 침해 게시물들을 대상으로 신문·방송·통신·인터넷언론·포털사이트 뉴스 및 댓글 등을 모니터링하여 "보도준칙과 윤리규정에 위배될 경우 이를 지적하고 게시중지를 촉구하거나 법적 대응에 나선다."

특히 민언련은 온라인 게시판, SNS, 유튜브 등에서의 2차 가해의 경우 시민들의 자발적 신고나 제보를 받는 창구를 개설하고 시민미디어감시단 참여 활동가들을 모집한다.

▲23일 참여연대에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피해자 지원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넷째, '성역 없는 진상·책임규명'을 구체화한다

22일 유가족 기자회견 직후 대통령실은 "철저한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 경찰 특별수사본부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참사 진상 규명을 참사 대응의 1호 요소로 제시했다. 다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두고 일어난 '경질 논란'에서 볼 수 있듯, 도대체 무엇이 성역 없는 규명인지에 대해서는 정부와 당사자 간의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단체들은 성역 없는 규명의 원칙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정부 주도의 진상규명을 감시하고 보완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노동안전 및 재난사회학 전문가 박상은 플랫폼C 활동가는 "국가의 책임규명은 형사적인 책임규명을 넘어 시민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일이 돼야 한다"며 △참사 이전의 시스템 문제만이 아닌, 참사 이후 행정기관의 조치와 주요 공직자의 발언, 해이 등을 규명 대상에 포괄할 것 △피해자 중심성을 견지하기 위해 유가족 및 직간접적 참사 당사자들을 규명 과정에 참여시킬 것 △독립적인 기구의 형성을 통해 피해자 중심의 독립적인 규명 작업을 수행할 것 △참사의 직접(물리)적인 원인만이 아니라 제도적, 문화적, 조직적, 역사적 맥락까지 파악할 것 등을 규명작업의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원칙의 실행을 위해 시민사회는 구체적인 시민활동에도 돌입한다. 먼저 정보공개센터,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의 주관으로 "이태원 참사 전후로 국가기관에서 생산되고 전파된 모든 문서와 정보"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대중에 공개한다.

이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주관으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누구를, 왜 조사하고 입건했는지 그 현황을 매일 1회 정리하여 공개"한다. 지난 8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용산소방서 소속 지휘팀장 등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것을 두고 '꼬리 자르기' 수사 논란이 일어난 것을 염두에 둔 대응 활동이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셀프 조사를 통해 꼬리 자르기식 처벌로 (조사가) 마무리 되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며 "독립적인 특별조사에 의한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며, 피해자 및 유가족들이 희망한다면 국민조사위원회의 구성까지도 논의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다섯째, 추모를 계속한다

단체들은 △피해자 권리 보장 △2차 가해 방지 △정보공개청구운동 △경찰 특수본 수사 기록 등의 시민활동에 더불어 "추모 행위를 통한 사회적 위로와 연대를 계속할 것"이라 밝혔다. 현재까지 이뤄진 국가 주도의 추모 활동은 '위패 없는 분향소' 설치 등이 일방적인 방식으로 공지되며 논란을 빚었다.

하주희 총장은 "유가족들에 따르면 개인 위패를 모시지 않는 형태의 서울합동분향소 마련 등이 유족들과의 논의도 없이 진행됐다"며 "피해자 지원체계의 마련과 함께 추모 행동 또한 피해 당사자들의 참여와 소통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단체들은 지난 12일 숭례문에서, 19일 이태원 인근에서 개최했던 '시민추모 촛불집회'를 주 단위로 지속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우선 오는 토요일 저녁 5시 이태원 광장에서 "피해자에 대한 애도 및 연대의 촛불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지난 19일 숭례문 앞 태평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등을 촉구하며 촛불집회를 개최한 진보 성향 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 측과의 연대 가능성에는 다소 거리를 뒀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기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촛불행동이 제안한 범국민대책본부와 연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참사 대응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유가족들을 주심으로 적극적으로 논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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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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