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다만 대만 문제를 비롯해 미중 관계가 바닥으로 치닫는 시점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 쪽도 공동성명 계획이 없다며 기대감을 낮췄다.
10일(현지시각)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 오는 14일 발리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성명에서 "두 정상은 양국 간 대화 채널의 유지 및 심화, 책임 있는 경쟁 관리, 국제 사회에 영향을 주는 초국가적 문제를 비롯해 이익이 일치하는 부문에서 협력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논의할 예정"으로 "다양한 지역적·국제적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두 정상은 전화 및 영상을 통해 다섯 차례 회담을 가졌지만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은 처음이다. 두 정상은 오는 15~16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차 발리를 방문한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양쪽이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확답은 하지 않았다.
전날 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시 주석과 대만 자치를 사이에 둔 미중 간 긴장, 무역 정책, 중국 정부의 러시아와의 관계 등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각자의 '레드라인'이 무엇인지, 시 주석이 생각하는 중국의 핵심적 국익과 내가 아는 미국의 핵심적 국익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고 "그것이 상호 충돌하는지" 살핀 뒤 충돌한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은 양 국 지도자의 첫 대면 회담일 뿐만 아니라 수 년 간의 경제적 갈등에 이어 올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격화한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상황 등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지며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백악관 쪽은 성과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려고 애썼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서 특정 결과물이 발표될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회담 뒤 공동성명 등 구체적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낮췄다.
회담 직전 양 쪽의 분위기도 주요 문제에 대한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만 정책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근본적 양보를 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자오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왜곡하는 것을 중단하고 타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총자이안 싱가포르대 정치학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한다고 해도 시 주석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완화할 유인은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관리들의 대만 방문을 자제하도록 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 중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 시 주석과 자세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지만 중국이 미국의 권유에 따라 경제적 협력 관계를 비롯해 러시아와 거리를 둘 것이라는 전망은 희박하다. 총 교수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것을 원하겠지만 근시일 내 중국이 러시아 정부에 전쟁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중국이 "특히 미국의 요청엔 따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을 약하게 보이게 하기 때문"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0일 일각에서는 미중 간 고위급 교류가 양국 간 긴장을 완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긴장 완화 시도가 "진심이 아닐 수 있다"고 평가한다며 경계감을 보였다.
다만 시 주석이 최근 3연임을 확정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대체로 만족스러운 중간선거를 치른 뒤 처음으로 이뤄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설리번 보좌관은 회담이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치르고 시 주석이 당대회를 마친 시점"에서 열린다는 것을 강조하며 "양 국 관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긴장 완화는 아니어도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막고 '바닥'을 설정하는 계기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연이은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북한과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협력적 대화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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