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추모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에 나선 스님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을 찾았다.
대한불교 조계종 노동사회위원회의 소속 스님들은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 파출소 앞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오체투지 행진이 처음 시작된 지 사흘 만이다.
오전 10시께 삼각지 파출소에서 시작, 파출소 앞 인도를 따라 진행된 오체투지 행진은 인근에 자리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45분께 대통령 집무실 앞에 도착한 스님들은 해당 장소에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추모 기도를 올리기 위해 오체투지 의식을 잠시 중단했다.
'오체투지'를 위해선 양팔, 양다리와 함께 이마를 완전히 땅에 대고 큰절을 올려야 한다. 45분가량의 투신(投身) 의식 끝에 대통령 집무실에 닿은 스님들의 이마에 까만 흔적이 선명히 남았다.
대통령 집무실 앞에 선 조계종 노사위원장 지몽 스님은 "몸이 많이 무겁지만 몸보다 마음이 천배 만배 무겁다"라며 "희생자 가족 분들의 슬픔과 고통이 조금이라도 녹아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불어 참사의 진상이 명백히 규명돼 책임자들이 응당의 대가를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고 소희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참사 피해 가족 분들을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게 (유가족)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진상조사 과정에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유가족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주시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참사 피해 당사자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유가족 공간 마련' 제안은 '당사자 간의 온전한 애도'와 '유가족들의 요구사항 논의' 등을 이유로 시민사회 등지에서 강조하고 있는 참사 대응 방침이다.
하주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지난 8일 '10.29 참사 민변·참여연대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유족들은 지금 '서로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피해자들이 서로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는 시간과 자리와 공간을 정부당국이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스님들의 오체투지 행진은 오후 1시께까지 3시간가량 이어졌다.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도를 마친 스님들은 다시 행진을 이어 이태원역 인근으로 이동, 참사 현장 골목에서 추모 의식을 마친 후 해산했다.
행진엔 우다야 라이 전국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도서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한국비정규노조),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활동가들 등 각계 시민사회 활동가들도 참여해 함께 거리에 몸을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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