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축제를 맞아 이태원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음에도 경찰과 지자체의 대비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신이 관련 내용을 보도한 데 이어, 31일 정부 브리핑에서도 관련 지적이 나왔다.
이날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오승진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장은 "주최 측이 없는 다중 운집이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비 매뉴얼이 별도로 없다"며 "다만 이번 핼러윈 축제 때 이태원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경찰이) 예상했기 때문에 예년보다 더 많은 경찰력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9일 이태원 일대에 137명의 경찰력을 투입했다. 오 과장은 "2017년~2019년 핼러윈 축제 때 이태원 일대에는 경찰력을 평균 30~90명 정도 배치했다"며 "이번에는 훨씬 증원된 규모로 경찰력을 배치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경찰로서는 인원을 최대한 배치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 배치된 경찰력 대부분은 교통 통제나 대규모 인파 안전 대비 경험은 없는 이들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그간 다중이 운집하는 상황에 경찰은 현장통제보다는 범죄예방, 그리고 불법단속을 중심으로 경찰력을 배치해 왔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해당 지역에서 당일 예상되는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예방하기 위해 경찰력을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날 이태원 일대에 배치된 경찰의 주 목적은 불법 단속이었지, 인파 관리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장에 배치된 경찰력 대부분은 마약이나 성폭력 단속을 전문으로 하는 사복 경찰이었지, 정복 경찰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마저 정복 경찰은 대로변인 이태원로 교통 관리에 집중했으며, 골목으로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 대한 대비는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이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된 내용이다.
이태원동이 관할 구역인 용산구 역시 이번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한겨레>는 핼러윈데이에 앞서 용산구는 "소방당국이나 경찰에 도로 통제나 보행동선 관리 같은 행정 지원을 한차례도 요청하지 않았고, 유관기관이 참석하는 안전관리위원회·지역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도 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용산구가 "사고 이틀 전인 10월27일 부구청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긴 했으나 그마저도 목적은 "코로나 방역과 시설 점검, 거리 청결 대책"이었다고 <한겨레>는 지적했다.
이태원역과 녹사평역 등 대규모 인파가 밀집할 것으로 보이는 지하철역 무정차 운행 조치도 이뤄지지 않는 등 인파가 대규모로 몰릴 것이 확실시 됐음에도 행정 당국의 사전 조치는 전무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를 통해 언급된 바와 같이 '주최측이 없는 대규모 행사'에 대한 사전 대비가 미비했다는 지적에 관해 정부는 관련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성호 중대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가 사실은 유례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 때문에 정부의 사전 대비책이 소솔했다는) 그런 부분들이 지적되고 있어서 저희가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참사와 관련해 혐오 발언이나 유족 및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온라인 활동에 경찰은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청 관계자는 "사이버상의 악의적인 비방글이나 (희생자의) 신상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를 적극수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 6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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