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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식 자유, 이준석의 '신군부'는 안되고 김문수의 '김일성주의자'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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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식 자유, 이준석의 '신군부'는 안되고 김문수의 '김일성주의자'는 된다

[기자의 눈] '해이트 스피치'를 양심의 자유로 포장한 국민의힘

21세기에 공산당, 김일성주의자와 싸우는 김문수의 전쟁은 '빨갱이'로 몰렸던 자신의 과거와 벌이는 내적 전쟁이다. 이 내적 전쟁이 개인 김문수에게는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타협을 위한 대화 기구의 장관급 공직자가 공개적으로 민의의 전당에 앉아 '자신과의 내적 싸움'을 벌이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내적 싸움이 공적 영역으로 전이되면서, '대화'를 담당하는 공직 업무는 오염되고 뒤죽박죽된다.

김문수의 이런 '내적 싸움'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양심과 사상의 자유'라고 두둔하고 나섰다. 김일성주의자가 설사 존재하더라도 그들의 '양심의 자유'를 짓밟는 '양심의 자유'는 김문수에게만 유일하게 허락된다는 논리다.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고 간 소피스트들이 살아난다면 환호할 만 하다.

시인 김수영은 이미 60여년 전에 일갈했다.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지난 2021년 1월, 실제로 '김일성 만세'를 외쳤다는 이유로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9년에 불법 구금과 고문에 시달리다 유죄를 선고받았던 피해자가 42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일이 있다. 이런 게 양심의 자유다. '김일성 만세'를 외쳤다고 불법 구금하고 고문을 한 자, 그리고 '김일성 만세'를 외쳤다고 불법 구금을 당하고 고문을 받은 자. 김문수의 언어는 전자의 편에 선 '공안 검사'의 언어에 훨씬 더 가깝다.

김문수가 지내온 생의 전반기는 노동운동가의 삶이었고, 중반기는 합리적 보수 정치인의 삶이었다. 그런데 후반기는 '인정 투쟁'으로 점철돼 있다. 그는 두 번의 경기도지사를 마친 후 당에 복귀하는 일이 좌절되면서 자신의 과거와 끝없는 싸움에 돌입한 듯 하다. 과거 좌파들과 손잡고 노동운동에 매진하며 독재정권과 싸웠고, 자신이 손 잡았던 좌파들이 '김일성주의자'로 몰렸을 때 그들을 옹호하던 이 '민주화 운동의 거목'은 자신에게 정치적 시련이 닥칠수록 자신의 과거 행보를 철저히 부인하고 파괴하려 몸부림쳤다. 그 방식이 자신이 몸담은 '보수 진영'을 향한 고해성사인 것처럼 느껴졌다. 문재인을 '김일성주의자'로 몬 국감장 발언은 자신을 끝내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말이라고 해석하는 게, 슬프지만 더 그럴듯 해 보인다.

김문수의 언어는 그것이 한국 역사 맥락에서 '억압자'의 구호였다는 게 문제이기도 하다. 불과 수십년 전 '김일성주의자'나 '공산주의자', '빨갱이' 언어는 과거의 김문수처럼 민주주의와 노동자 권익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람들을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죽도록 하는 도구였다. '윤석열차'의 권력 풍자와 질적으로 다른 이야기다. 이건 마치 '백인들이 탄압받고 있다', '남성들이 탄압받고 있다', '푸틴이 탄압받고 있다', '트럼프가 탄압받고 있다'며 그들이 쏟아내는 말을 옹호하고 '양심의 자유' 레테르를 같다 붙이는 일과 같다.

김문수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해이트 스피치'다. '해이트 스피치'를 양심의 자유로 옹호하는 건 '자유'를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과 결이 맞지 않다. 김문수의 발언을 옹호하지 않는 일은, 일본 극우 시위대가 '한국이 일본을 없애려 한다', '한국인이 일본인의 일자리를 뺏는다'와 같은 '해이트 스피치'를 양심의 자유 운운하며 옹호하지 않는 것과 같다.

국민의힘에게 묻고싶다. 김문수의 '해이트 스피치'와 '맥카시즘'을 양심의 자유로 포장하고 싶다면, 왜 이준석의 '양두구육'과 '신군부' 발언은 양심의 자유 영역에서 쏙 빼버렸는지.

국민의힘은 '양심'이란 말을 너무 오염시켰다. 어떤 해이트 스피치는 '남심 잡기 선거 전략'이 되고, 또 '고귀한 양심'이 되기까지 하는데, '풍자 카툰'은 '엄중 경고'의 대상이 되고, 대통령 비판은 당원권을 1년 반동안 박탈할 사유가 된다.

여성, 장애인 등 '약자 혐오'를 자극해 정치를 해 온 이준석과 '해이트 스피치'를 양심의 자유로 포장하는 국민의힘이 불화를 일으킨 것은 재미있는 포인트다. 국민의힘의 '양심의 자유'의 정체는 얼추 드러난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양심'에 비췄을 때의 자유다. 김문수는 되고 이준석은 안되고.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최선의 해석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김문수 경노사위 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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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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