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이 XX" 발언도 사실관계가 분명치 않다는 취지로 해명하며 방어선(線)을 끌어당겼다. '외교 참사' 논란의 초점을 발언에 대한 '진위 공방'으로 치환해 야당과 언론에 '동맹 훼손' 책임을 되묻는 대대적인 역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이날 출근길 발언을 강조하며 "순방 외교와 같은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에서 허위보도는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악영향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누구도 (발언을 분명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특정 단어가 임의대로 특정됐다"며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미국 순방 당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담긴 취재진 영상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 일각에서 '이 XX' 표현도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XX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이 XX' 발언이) 야당을 지목한 게 아니"라며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와 야당 폄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 XX' 발언도 진상규명 대상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알려진 후 15시간이 지나 김은혜 홍보수석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이 XX' 발언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한 거친 표현에 대해 느끼는 국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야당 폄훼 논란을 부인하지 않았던 것과 달라진 태도다.
대통령실이 야당 폄훼 발언인지조차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해명함에 따라 윤 대통령의 사과나 유감 표명이 나올지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언급을 강조하며 "'바이든'이 아닐 수 있음을 스스로 시사했다고 본다"며 "명확한 사실관계를 특정하기는 참 어려운 상황"이라고 방어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주장이 상반되는데, 일부는 ('바이든'이 아니라) '말리면', '날리면'이라고 하지 않나. 그냥 들어보니까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더라"고 했던 만큼, 윤 대통령의 발언 전체에 대한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그는 거듭 "중요한 건 '바이든'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이유도 없고 맥락도 아니었음에도 그런 보도가 나가서 동맹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이 됐고 그게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언론에 '동맹 훼손' 책임을 물었다.
다만 진상규명 주체는 국민의힘 몫으로 넘겼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나서 진상조사를 할 수 있는 여건과 상황이 녹록치 않다"며 "여당이 사안에 본질이 뭔지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추가조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논란의 당사자가 윤 대통령인데 대통령실이 아닌 여당이 진상규명 주체로 나서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도 이 관계자는 "여당이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진상을 밝히는 게 먼저라고 말했기 때문에 진상을 확인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실의 최초 해명이 늦어진 데 대해선 "사실이 무엇인지 기다렸다면 그런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특정 단어가 아님을 확인하는 데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13시간 이후에 해명한 게 아니라 아까운 순방 시간 13시간을 허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박진 외교부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검토하는 데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야당의 파트너인 여당에서 답할 문제"라고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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