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호 태풍 '난마돌'의 영향으로 일본에서 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주말 카리브해에 위치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는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섬 전체가 정전됐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태풍과 허리케인의 위력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9일 일본 NHK 방송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에 상륙한 제14호 태풍 '난마돌'은 이날 오후 3시께 일본 본섬인 혼슈 주코쿠 지방 시마네현 부근에서 시간당 30km의 속도로 북동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중심기압은 975hPa, 최대 풍속은 30m/s, 순간 최대 풍속은 45m/s에 달한다. 초속 25m 이상의 바람이 부는 '폭풍역'에 주코쿠 지방과 시코쿠 지방, 규슈 북부가 포함돼 있고 서일본 전역과 동일본 대부분이 초속 15m 이상의 바람이 부는 '강풍역'에 들어가 있다. 한국 남동부 해안 일부도 폭풍역에 포함된 것으로 보이며 한반도 대부분이 강풍역에 들어가 있다. 난마돌은 전날 중심기압 935hPa 상태로 큐슈 가고시마현에 상륙했다. 이는 일본에서 1951년 관측 이래 4번째로 낮은 것이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커 위력이 강하다.
이번 태풍은 강풍과 함께 폭우를 동반해 이날 오전 9시까지 규슈 미야자키현 에비노시 관측점에선 24시간 동안 725.5mm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이 밖에도 규슈 곳곳에서 24시간 동안 3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인명 피해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미야자키현 농지 내 침수된 차량 내부에서 60대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을 포함해 NHK는 이날 오후 3시까지 태풍 피해로 적어도 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정전과 침수, 도로 및 주택 파손, 토사 붕괴 소식도 잇따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8일 오후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위험을 느끼면 주저 없이 대피할 것"을 권고하며 되도록 밤이 되기 전에 피난할 것을 당부했다. 18일 저녁까지 주만 800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렸다. 악천후로 18일 500편 가량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19일에도 400편 가까운 항공편이 취소됐다. 당초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인 유엔(UN) 총회 참석차 19일 출국 예정이었던 기시다 총리는 태풍 탓에 출국을 20일로 미뤘다. 난마돌은 향후 북동쪽으로 전진해 혼슈를 관통한 뒤 20일 센다이 북동쪽 해상으로 빠져나가 온대저기압으로 약화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일본은 통상 8~10월 빈번히 태풍의 영향을 받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풍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으며, 연구자들이 최근 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집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5월 기후변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제 저널 <클라이밋체인지>에 발표된 연구는 2019년 일본에서 적어도 87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150억달러(약 20조91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비용 중 40억달러(약 5조5760억원) 가량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으로 봤다.
푸에르토리코엔 허리케인 '피오나' 강타해 섬 전체 정전…이탈리아 중부 폭우로 10명 사망
<AP> 통신 등 외신을 보면 18일(현지시각) 오후 허리케인 '피오나'가 카리브해에 위치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해 섬 전체가 정전됐다. 전력 회사 루마(LUMA)는 강풍을 포함한 악천후가 송전선에 영향을 미쳐 정전이 일어났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허리케인의 영향력에서 안전해졌다고 판단될 때 복구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고 시속 140km에 이르는 피오나는 폭우 또한 동반해 푸에르토리코 남부 및 동부에 760mm에 달하는 "역사적" 수준의 비를 뿌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이미 막대한 홍수가 발생한 상태이며 비가 19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페드로 피에르루이시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피해가 재앙적 수준"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피오나는 푸에르토리카 상륙 전 프랑스령 과들루프에 영향을 미치며 주민 1명이 사망했다고 17일 당국이 밝혔다. 피오나는 19일 도미니카공화국, 이어 20일에는 바하마까지 위협할 것으로 예측된다.
푸에르토리코는 거의 3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로 인한 피해 복구도 아직 마치지 못한 상태다. <AP>는 '마리아'가 휩쓸고 간 전력망이 여전히 취약한 상태로 이제 막 재건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3000채가 넘는 가옥도 복구되지 못한 채 방수포만 겨우 덮어 유지되는 등 기반시설이 취약한 채로 남아 있어 이번 허리케인의 피해가 더 커질 것이 우려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허리케인과 기후 변화 사이의 연관성은 해가 갈수록 더 명확해 지고 있다"며 지난 40년간 허리케인이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온난화로 더 따뜻해진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품으며 폭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매체는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미국 일부 지역에서 50인치 이상의 비를 뿌린 허리케인 하비의 경우 온난화 탓에 강우량이 38%나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과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이탈리아 중부에서 지난 16일 밤 수 시간 동안 400mm에 달하는 집중 호우가 내려 적어도 10명이 사망했다. 파브리치오 쿠르시오 이탈리아 시민보호국 국장은 홍수가 난 지역에 몇 시간 동안 평소 1년 강우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비가 왔다고 밝혔다. 피해지역을 방문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홍수가 "기후변화로 인한 비상상황"이라며 기반시설 투자를 포함한 피해 예방조치에 "기후변화 대처"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로 1500명 사망한 파키스탄 전염병 급증…UN 사무총장 "기후 대학살, 선진국이 책임을"
올 여름 우기 내내 지속된 폭우 및 히말라야산 빙하 붕괴로 발생한 홍수로 거의 1500명이 목숨을 잃고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긴 파키스탄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농업이 경제의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농촌 가정의 주요 수입원인 소 80만 마리가 유실됐으며 양파, 쌀, 옥수수에 이르기까지 작물의 상당 부분이 유실됐다고 보도했다. 수많은 이재민이 깨끗한 식수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뎅기열, 말라리아 등 전염병 발병이 급증하고 있다. 피해가 가장 큰 남부 신드주에서는 4000건에 가까운 뎅기열 사례가 보고됐고 최소 9명이 사망했다. 파키스탄 당국이 이번 홍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400억달러(약 55조7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키스탄 경제는 이미 어려운 상태로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패키지가 승인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파키스탄을 방문해 재난의 원인이 기후변화라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나는 전세계에서 수많은 인도주의적 재앙을 봐 왔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의 '기후 대학살'은 본 적이 없다. 홍수 피해 지역이 내 나라인 포르투갈 면적의 세 배에 달한다"며 "파키스탄은 이 위기에 책임이 없다. 이는 기후변화의 산물이다. 주요 20개국(G20)이 80%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파키스탄은 1%밖에 배출하지 않는다" 며 부유한 국가들이 '관용'이 아닌 '정의'의 관점에서 파키스탄을 도와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