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포격 사태 속에 방사능 안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핵발전소 인근에서 또다시 포격이 발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은 앞다퉈 포격 소식을 전하면서 상대국이 저지른 일이라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 핵발전 기업은 반복적인 포격으로 인한 방사능 물질 누출 위험을 경고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자포리자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국영 기업 에네르고아톰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하루 내내 반복적으로 원전 부지를 포격했고 이로 인해 원전에 방사성 물질 누출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에네르고아톰은 "주기적인 포격으로 인해 원전 기반 시설에 피해가 발생했으며 수소 누출과 방사성 물질이 뿜어져 나올 위험이 존재한다"면서 "화재가 생길 위험도 크다"고 주장했다.
에네르고아톰은 "현재 원전은 방사능 및 화재에 관한 안전 기준을 위반할 위험을 지닌 상태로 작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러시아는 자포리자 핵발전소의 방사능 수치가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한편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자포리자 원전의 방사능 수치는 정상적이며 이 수치는 정규 기술 인력에 의해 점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전날부터 이날까지 24시간에 걸쳐 핵발전소 단지를 3차례 폭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포격 발생 지역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주 행정부 수반인 블라디미르 로고프는 이날 스푸트니크 통신에 "오늘 아침 자포리자 원전 부근 도시인 에네르호다르시에 포격이 가해졌다"면서 "이 지역은 이전에도 포탄이 떨어져 요트 클럽이 파괴됐던 이 도시의 수변 일대"라고 전했다.
그는 "당국은 상황이 정리되면 피해 정도를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최대의 핵발전소인 자포리자 핵발전소는 최근 잇따른 포격 속에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이 고조되는 곳이다.
이 핵발전소에는 이달 5∼6일에 이어 11일에도 포격이 잇따라 전원 공급선과 통신선 등이 일부 파손됐다. 지난 20∼21일에도 포탄이 투하돼 핵발전소 내 화학시설 등 기반 시설이 훼손됐다.
지난 25일에는 핵발전소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화재 탓에 발전소와 외부를 연결하던 4개 송전선 중 마지막 1개가 훼손되면서 우크라이나 전력망으로부터 발전소가 한때 분리되고, 주변 지역에 정전이 발생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 상대의 포격 탓에 이런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책임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다.
유럽 최대 규모인 6개 원자로를 갖춘 자포리자 핵발전소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인 3월에 러시아군에 장악됐지만, 운영은 아직 에네르고아톰 기술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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