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경기 성남지역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1박 2일 일정으로 의정 연수를 다녀와 구설수에 휘말렸다.
초선의원 역량 강화 등을 명분으로 한 연수는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새재에 위치한 라마다호텔에서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타이밍'이 도마에 올랐다.
성남지역은 이번 호우로 230억원대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신상진 성남시장은 지난 18일 신속한 수해 복구와 소요 재원 확보를 위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정부에 요청했다.
또 지역주민과 공무원, 사회단체 회원들은 피해 지역의 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필 이같은 시기에 의정 연수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수 일정표를 들여다 보면, 현장에서 펼쳐진 의원연수의 강의 내용은 성남시의회 세미나실에서 개최해도 무방한 내용이었다. 시의원들이 먼 곳까지 가서 들어야 하는 내용인지 합목적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강의는 의원들이 교육 후 복기 할 교재 배부도 없이 명사 특강과 토의 등으로 이뤄졌다.
강의를 듣는 참석 시의원들은 국민의 힘 로고와 함께 ‘시민의 소리를 듣고 시민을 대신해 일하는’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맞춰 입고 연수에 임했다.
정작 ‘시민의 소리를 듣는다’ 했다면 호우 피해를 입은 성남시민들의 절규를 현장에서 들어야 하는게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더욱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호우피해로 갈 곳이 없이 행정복지타운이나 복지관에 임시로 마련된 거처에서 쪽잠을 청하고 있는 이재민들의 아픔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본다.
집행부 수장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하고 나선 상황에서 굳이 1000여만원의 시민 혈세를 들여 '이 때'를 잡아야 했을까.
'시민의 소리를 듣고 시민을 대신하여 일을 한다'는 상투적인 표어나 선언적 다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의원들이 되길 시민들은 기대한다.
선거 때면 지역의 머슴을, 심부름꾼을 자처하겠다고 외치는 그들이다. 의회가 개원한 지 50일도 안 돼 '때를 가리지 못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모르는' 의원들에게 4년을 맡겨야 하는 시민들의 우려가 들리는 듯하다.
그들이 내세운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한 의정지식 함양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의정 연수' 또는 의정 활동을 잘하기 위한 덕목 및 소양을 쌓기 위한 연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시민들이 겪는 아픔을 뒷전으로 하면서 '시민의 소리를 듣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제 겨우 스타트를 끊은 제9대 의회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이번 의정연수 논란이 4년을 가야 할 그들의 의정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죽비'가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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