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집중호우의 피해가 몰린 (반)지하 주택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하·반지하 거주자들이 다른 주거 환경으로 이사할 여력이 있었다면 그곳에서 살았겠느냐는 것이다.
참여연대,주거권네트워크, 주택임대차법개정연대는 11일 논평을 내고 "지하·반지하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주거비 보조 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서울시의 대책은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빌라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 등 일가족 3명과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이 집안으로 쏟아지는 빗물에 미처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하·반지하는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 (건축법 개정으로) 지하·반지하를 주거용으로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하고 △ 건축허가 시에도 불허하도록 각 자치구에 '허가 원칙'을 전달하며 △ 기존 건축물은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주거용으로 쓰지 않도록 인센티브 등으로 유도한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반지하 주택은 2020년 기준 32만7320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61%에 해당하는 20만849가구가 서울에 있다.
참여연대는 "서울시는 이미 지난 2010년에도 태풍 피해 대책으로 저지대 주거용 반지하 신축을 금지했다"며 "이후 2012년에는 건축법 개정으로 상습 침수 구역 내 지하층은 심의를 거쳐 건축 불허가를 할 수 있도록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하지만 이후에도 반지하 주택은 계속 지어졌다"며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시민의 주거권 보장 차원에서 당연한 조치이고 환영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지하·반지하 주택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기존 주거용 (반)지하에 대해 건축주 인센티브로 유도하는 방안은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반)지하의 단계적 일몰을 강제하는 강행 규정과 주거이전 대안이 결합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반)지하 주거가 유지되는 이유는 도심 내 저렴 주거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서울시는 기존 반지하 세입자가 나간 뒤 비주거용 용도로 전환하는 것을 유도할 방침이나, 모아주택,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 추진 대책은 물리적인 지하 주택 수를 줄일 수는 있어도, 도심 저렴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가난한 이들이 더 열악한 주거로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앞으로 (반)지하 주택을 못찾으면 도시형 생활주택, 옥탑방 값이 오를 것이고, 이런 주택에서 밀린 이들은 다시 고시원에서 북적거리게 될 것"이라며 "또한 고시원을 찾기 어렵게 된 이들은 쪽방, 여인숙, 비닐하우스, 만화방, PC방, 심지어 컨테이너나 움막 등의 거처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따라서 윤석열 정부와 서울시가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주민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 진심이라면 수해 피해자와 (반)지하 거주자들뿐만이 아니라 여러 형태의 주거취약계층, 비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대책까지도 종합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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