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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 산불·동부 홍수…"기후변화로 '치명적 조합'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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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 산불·동부 홍수…"기후변화로 '치명적 조합' 늘 것"

캘리포니아 산불 서울 면적 3분의1 태워…켄터키 홍수 사망자 적어도 28명

지난 금요일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이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올해 캘리포니아주 최대 규모의 산불로 번졌다. 지난주 홍수로 인한 켄터키주 사망자 규모는 28명으로 늘었다. 산불과 홍수가 극심해지는 배경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산불로 훼손된 토양이 홍수 피해를 키우는 "치명적 조합"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소방당국 자료를 보면 지난달 29일 캘리포니아 북부 시스키유 카운티의 클래머스 국유림에서 시작된 산불(맥키니 산불)이 강풍과 고온의 영향으로 주말 동안 전혀 진화되지 않은 채 크게 번져 서울 면적의 3분의 1이 넘는 약 212제곱킬로미터(㎢)면적을 태웠다. 이는 올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산불은 북부 딕시 산불로 7월 중순 시작해 10월말까지 3달 이상 타오르며 3898㎢를 태웠다.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역대 가장 큰 산불 10개 중 8개가 2017~2021년 사이 일어났다.

캘리포니아 당국은 31일 오전까지 맥키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30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000명 가까운 주민에게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렸다.

맥키니 산불 외에도 캘리포니아에선 여러 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타오르고 있다. 지난달 22일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오크 산불)은 31일 기준 67% 진화된 상태로 아직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다. 오크 산불은 이날까지 78㎢를 태웠다.

<뉴욕타임스>(NYT)는 마른 초목에 불이 붙으며 시작된 맥키니 산불이 지난주 이상 고온이 태평양 북서부를 덮친 와중에 시작됐다며 맹렬한 더위와 가뭄이 식생을 건조하게 만들면서 산불 강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이 산불이 "올해 미국에서 일어난 50개 이상의 대형 산불 중 하나"라며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폭염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북부 맥키니 산불 현장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발견된 불에 타고 남은 동물의 사체. ⓒ(로이터=연합뉴스 

미 서부 캘리포니아가 고온건조한 기후로 산불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중동부 켄터키주는 지난 27일부터 내린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자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미 CNN 방송 등 외신을 보면 앤디 버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31일 켄터키 동부 애팔래치아 고원지대에서 발생한 홍수로 이날까지 28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홍수 피해를 입은 산지와 구릉지로 뒤덮인 이 지역은 구조 활동의 난이도가 높은 데다 실종자들이 마지막 위치에서 "0.25마일(400미터) 이상" 휩쓸려 간 것으로 보여 주는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버시어 주지사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주검을 수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종자들의 주검이 속속 발견되며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단일 카운티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가 보고된 노트 카운티의 경우 집에 물이 들어차 지붕으로 피한 일가족이 홍수에 휩쓸려 부모는 구조됐지만 2살에서 8살 사이의 4남매가 목숨을 잃었다.

전기와 수도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31일까지 359명의 생존자가 15곳의 임시 대피소 등으로 피난한 가운데 이번 주에도 이 지역에 강수가 예보되며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집중 호우가 늘며 돌발적인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뜻한 기온은 증발을 활성화해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품게 되며 이는 강수 가능성을 높인다. 매체는 "연구자들은 기후가 따뜻해지며 홍수의 간격이 짧아지고 강도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돌발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을 높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불로 훼손된 토양은 투습성이 떨어져 호우를 견딜 힘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소속 기상학자인 앤드류 호엘은 화재 피해를 입은 땅에 폭우가 쏟아지면 물이 "지표면에서 예전처럼 효과적으로 흡수되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에 설명했다. 매체는 산불이 일어난지 불과 한 달만에 일어나 2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던 2018년 1월 캘리포니아 몬테시토 산사태, 지난해 기록적 폭염으로 인한 산불과 이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홍수를 겪은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사례를 들며 같은 지역에서 산불과 홍수라는 두 극단의 "치명적 조합"을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8일(현지시각) 미국 켄터키주 동부에서 발생한 홍수로 주택과 구조물들이 물에 잠긴 채 지붕만 드러나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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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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