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동을 찾았지만 석유 증산 약속 등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 정책의 후퇴'라는 비판을 직면하게 생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는 기름값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사우디 아라비아를 찾았다.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 워싱턴포스터(WP) 칼럼니스트의 암살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바이든은 대선 후보 때부터 이 사건을 문제 삼으며 사우디와 거리를 뒀다.
바이든은 16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3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은 중동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중동에 생긴 공백을 중국, 러시아 혹은 이란이 채우도록 놔두지 않겠다. 적극적이고 원칙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중동 지역에서의 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석유 증산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진 못했다. 바이든은 이날 회의 후 "우리는 국제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한 공급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며 정상들이 증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원유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사우디 측은 석유 생산 정책에 대한 결정은 미국이 아닌 시장 논리와 OPEC플러스(OPEC+)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OPEC+에는 러시아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증산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바이든 대통령, 사우디 아라비아는 아직도 왕따입니까?"라고 질문을 하자 무함마드 왕세자가 옅은 미소를 띠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바이든 입장에서 크게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의 이번 중동 순방에 대해 싸늘한 평가를 내렸다. <로이터 통신>은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로 관계개선에는 첫발을 내디뎠지만 큰 성과가 없어 방문할 가치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의 사우디 방문은 세계 무대에서 빈 살만 왕세자의 고립이 끝났다는 신호"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의 증산 약속 없이 귀국했다. OPEC+ 회의에서 사우디의 증산 계획이 발표되지 않는다면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