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 추진하는 '칩(Chip)4 동맹' 회의 참여에 대한 결정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데 대해 대통령실이 "미국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작년 6월 공급망 검토보고서에서 반도체 분야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강조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다만 회의 참석 여부와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선 "지금 상황에선 대답할 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3월 미국과 함께 한국, 일본, 대만 등 4개국 정부에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급망 네트워크인 '칩4' 구축을 제안했다.
반도체 설계기술을 주도하는 미국과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강점을 가진 한국,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강한 대만, 소재부품에서 공급을 담당하는 일본 사이에 협력 관계를 강화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자는 것이다.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다음 달 첫 회의를 준비 중인 미국은 최근 한국과 일본, 대만에 회의 참여 여부에 대한 확답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본과 대만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도 이날 "미국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면서도 칩4 동맹 참여에 대해선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고심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미국의 의도가 '칩4 동맹'에 실려 있기 때문이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 워크(IPEF) 참여에 이어 칩4 동맹에도 참여할 경우 미국과 반도체 공급망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경제안보와 기술동맹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는 미국 주도의 공급망 사슬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 속에 한국 반도체 수출이 집중된 중국의 반발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없어 섣불리 대중 견제에 동참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해 정부가 표방하는 '과학 방역' 방침에 "과학적 대응은 정책 결과물을 말하는 게 아니다"며 "과학적 근거, 데이터 기반, 그리고 전문가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과정과 시스템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의 방역 기본철학은 희생과 강요가 아닌 자율과 책임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이전 정부가 시간과 인원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식을 통해 자영업자의 희생을 강요했다면, 이제는 시민의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방역 정책을 펴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