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박지원,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6일 국가정보원은 "자체 조사 결과 대검찰청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하여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박지원 전 원장 등을 국가정보원법위반(직권남용죄), 공용전자기록등 손상죄 등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 시킨 혐의 등으로 서훈 전 원장 등을 국가정보원법위반(직권남용죄), 허위 공문서작성죄 등으로 고발했다"고 덧붙였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지난 2020년 9월 21일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후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사건이다.
당시 해경과 국방부는 이 공무원이 월북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으나, 정부 교체 이후 조사 결과를 번복했다. 그런데 번복한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나 근거 자료가 없어 해당 사안은 여야 간 정쟁의 수단으로 나타나고 있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경우 지난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낸 사안이다.
당시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법 상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점,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점 등을 들어 추방을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후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2019년 11월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들의 살해 동기와 경과에 대해 "정부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중순 김책항을 출항해서 러시아 해역 등을 다니며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 선장의 가혹행위 때문에 3명이 공모해서 선장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나머지 승선원 15명을 살해하고, 도주 목적으로 김책항에 재입항했다가 공범 중 1인이 체포되는 것을 목격하고 다시 도주해서 해상으로 남하했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서 우리들은 (북한 주민 2명이) 귀순의사가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귀순 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번에 추방된 인원들은 살해 범죄 후에 당초 자강도로 도망갈 것으로 계획하고 이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북한 김책항 인근으로 이동했다. 이들 중 1명은 일단 돌아가자, 죽더라도 조국에서 죽자고 합의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남하 과정에서 우리 해군과 만나게 되자 이틀동안 우리 해군의 통제에 몇 차례 불응하고 도주했고,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 후에도 계속 도주를 시도"했으며 "이들은 우리 해군에 제압된 직후에 귀순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일관성이 없고 동기, 그동안의 행적 등을 판단해 봤을 때 의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을 두고 박 전 원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이 오늘 자체 조사 결과, 서해공무원 사건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했다는 혐의로 저를 고발했다"며 "그러한 사실이 없다. 자세한 말씀을 드릴 수 없지만 첩보는 국정원이 공유하는 것이지 생산하지 않는다. 국정원이 받은 첩보를 삭제한다고 원 생산처 첩보가 삭제됩니까"라고 반박했다.
지지율 다급한 尹정부, 전 정권 때리기 가속화
이같은 사안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 인사들에 대해 정치적인 비판을 넘어 법적인 고발 조치까지 단행하면서 전 정권에 대한 본격적인 사정 정국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해당 사안들이 국가 보안의 측면 때문에 공개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을 밝히기 어렵고, 정부의 재량이 정책 실행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특성을 가졌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통한 법적인 판결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출범한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은 윤석열 정부가 인사파동 등과 관련해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문재인 정부 때리기'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고발 역시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실제 이준석 대표는 전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을 다룰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게 장기간 소비될 주제인가"라며 "어떤 분이 '해수부 공무원은 안타깝지만, 그게 중요하냐. 지금 기름값이 2200원인데'라고 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민생 이슈가 정쟁에 묻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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