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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뒤집힌 美 임신중지권…트럼프 공약 실현시켜준 연방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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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뒤집힌 美 임신중지권…트럼프 공약 실현시켜준 연방대법원

바이든 "오늘은 미국에 슬픈 날"…26개주에서 임신중지 금지될 듯

미국 연방 대법원이 24일(현지시간)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임신중지를 합법화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50년 만에 공식 폐기했다.

연방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여성의 임신중지를 헌법상 권한으로 인정해왔다. 여성의 임신중지는 이제 각 주의 법에 따르게 된다.

"여성의 선택권이 기본권"이라고 주장해온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판결 후 백악관 연설에서 "오늘은 우리나라에 슬픈 날이지만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우리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이 문제를 오는 11월 있을 중간선거에서 의제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출됐던 판결 초안 그대로 결정...사실상 6 대 3으로 임신중지권 보장 금지 결정

보수성향의 판사가 9명 중 6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어느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지난 5월 초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판결문 초안이 언론을 통해 유출되기도 했다.

이번 판결은 미시시피주가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주의 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은 데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한 것이 연방대법원까지 올라오게 된 것에 대한 것이다.

이번 결정에서 보수성향 대법관 5명(새뮤얼 얼리토, 닐 고서치, 브렛 캐비노, 에이미 코니 배럿, 클레런스 토마스)은 '로 대 웨이드' 판례 철회에 찬성했고,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스티븐 브라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은 반대했다. 보수성향인 존 로버트 대법원장은 로 대 웨이드 판례 철회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고, 이번 미시시피 낙태 금지가 합헌이라는 부분만 언급했다. 사실상 임신중지권 보장에 대해 반대하는 보수 성향 대법관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다수 의견을 대표 집필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헌법은 낙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권리는 헌법 조항에 의해 암묵적으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여성의 임신중지를 합법화한 지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례와 1992년 '미국가족계획협회 대 케이시' 판례를 뒤집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반면 소수 의견의 대법관들은 헌법상의 기본적인 보호를 잃게 된 오늘날 미국의 수백만 명의 여성들에 대한 슬픔을 안고 이번 결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여성 임신중지권 박탈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트럼프, 대법관 3명 임명해 성공

'로 대 웨이드' 판례 뒤집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실제로 4년의 재임 기간 동안 닐 고서치, 브렛 캐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등 3명의 대법관을 임명해 결국 이날 '로 대 웨이드' 판례 뒤집기에 성공했다.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헌법에 따른 것"이라며 "오래 전에 줘야할 권리를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찬성했다.

26개주에 임신중지수술 금지될 듯…텍사스 등은 임신 6주후 금지

임신중단권을 옹호하는 구트마허 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화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26개주에서 임신중단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2개주(앨라배마, 애리조나, 아칸소, 조지아, 아이다호, 아이오와, 켄터키주, 루이지애나, 미시간, 미시시피, 미주리, 노스다코타, 오하이오, 오클라호마,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우스다코타, 테네시, 텍사스, 유타, 웨스트버지니아, 위스콘, 플로리다)에서 이미 관련 법안을 마련해 놓았다. 4개주(인디애나, 몬테나, 네브라스카, 와이오밍)는 관련 법안 통과를 시도한 적이 있거나 논의가 이미 시작됐다고 구트마허 연구소는 밝혔다.

개별 주가 통과시킨 법안들의 수준도 과도하다. 텍사스주에서는 지난해 9월 일반적으로 여성이 임신 사실을 감지하기 어려운 임신 6주부터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됐다. 근친상간이나 강간 피해자도 예외를 두고 있지 않다. 오하이오주에서도 임신 6주 이후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으나 주 대법원의 저지로 시행이 보류된 상태다.

미시시피주, 플로리다주, 켄터키주 등은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법이 통과됐다.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임신 여성의 목숨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한 임신중단을 중범죄로 규정하고 최대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여성의 선택권 옹호를 주장하는 이들이 연방대법원 앞에 모여 항의집회를 갖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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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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