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이 주도하는 '가치 연대'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의 의미를 "나토 동맹 30개국 및 파트너국과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연대 강화"로 설명하며 "북한 문제에 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참석국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의 당면 현안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직접적인 메시지보다 북핵 문제에 대한 나토 동맹국들의 지지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나토 회원국과 파트너국 간 조인트 세션에서 (윤 대통령이) 3분 정도 발언할 기회가 있다"며 "전략적으로 강조할 사안 중 하나는 강력한 북한 비핵화 의지를 피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최근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초점은 그에 맞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용 무기 지원 계획과 관련해선 "원칙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존의 인도적 지원이 초점"이라며 "5000만 불이 이미 집행됐고 추가로 5000만 불을 지원하기로 해 총 1억 불이 인도적 지원으로 공여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성한 실장은 정치·군사적 측면 외에 경제와 인권 등 비군사적 측면도 포함하는 "포괄적 안보 지지기반 구축"을 위해 "집단안보가 아닌 포괄협력을 나토와 도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나토가 활동 범위를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는 새 전략개념을 채택할 예정인 가운데, 나토의 대중 전략에는 거리를 두되 파트너국으로서 회원국들과의 경제와 기술동맹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의식한 방침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반중, 반러 정책의 고착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에 "포괄적인 안보 차원에서 회원국 및 파트너국과의 네트워크 확대, 심화를 위해 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나토 회의 참석을 반중, 반러 정책으로 대전환이라고 해석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평화와 자유에 대한 위협에 힘을 모아 대처하는 게 반중이라는 건 논리의 비약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실장은 이어 "나토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주나토 대표부를 신설해 정보 공유를 확대할 것"이라며 "동맹국 및 파트너국과 네트워크 강화 등 우리나라 위상에 걸맞은 대유럽 외교 플랫폼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주나토 대표부 대사는 벨기에 대사가 유럽연합 대사와 함께 겸임할 예정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함께 참석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3번 이상 만날 전망이다. 다만 정식 한일 정상회담이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잠시 만나 환담을 나누는 '풀어사이드(pull aside. 약식회담)'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 한일 관계의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 등에 관한 해법이 이번에 도출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정상이 마음을 열 준비는 돼 있는데, (일본의 참의원)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라며 "한일 의제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일본의 정치 일정이 있고 우리는 해외 다자회담을 다녀온 후 구체적인 현안을 주고받을 모멘텀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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