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3연패' 더불어민주당에 외부 전문가들의 뼈아픈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열린 한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순간 혁신은커녕 갈등의 블랙홀에 빠질 것"이라는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이탄희 의원 등 민주당 초·재선의원 11명이 공동주최한 '대선·지선 평가 연속토론회'(2차)에서는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발제를 맡겼다. 정치 컨설턴트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날 발제에서 "대선·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당 대표에 나서는 건 민주적 규범에 안 맞는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46개 구청장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갔다.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했는데 수도권의 민주당 의원들이 다음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이 들 것"이라면서 "'이재명 체제'가 되면 이런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인데, 이를 지적한 것이다.
유 대표는 발표 자료에서는 "이재명 출마 강행시, 수도권 국민의힘 단체장(46개) 지역구 의원 등이 동요할 것"이라며 "'차라리 지방선거가 더 나았어' 수준으로 다음 총선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팬덤 정치에만 의존해 민주적 규범을 파괴한 게 연이은 선거 패배의 본질적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팬덤'은 '대깨문'을 비롯해 최근 대선 전후 대거 유입된 '개딸', '양아들' 등 일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말한다. 앞서 친문 중진 홍영표 의원은 선거 패배와 관련해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했다가 강성 지지층이 사무실 문에 비난 대자보를 붙이는 일을 겪었다.
유 대표는 민주당이 '팬덤'에만 몰두해 중도층을 외면했다며 "(팬덤의 주장이) 국민의 뜻과 다르다. 지금도 그런 양상이 많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국민 과반은 반대하는데 당원은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들이 민주당에 반복된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선 직후부터 지방선거 직전까지 일어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이와 관련해 일어난 민형배 의원 '위장 탈당' 논란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와 이재명 의원의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 등도 "(유권자 전체로 보면) 부정적인 여론이 훨씬 높았지만 민주당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언행에 대해서도 그는 "(비판적 여론을) 성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개딸·양아들 등 팬덤을 칭찬하는 발언을 했다.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40대와 광주 지역 투표율이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던 현상도 "중도층으로부터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환멸을 느끼게 한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유 대표는 "팬덤 정치와의 결별"을 주문하며 "팬덤과 권리당원이 연결된 구조를 혁파하지 않고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권리당원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권리당원 중 민주당의 강령, 당헌·당규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그런 상황에)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당원·국민의 뜻'이라고 얼버무릴 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보여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민감한 얘기지만 법제사법위원장을 약속대로 (국민의힘에) 넘겨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가치와 정체성이 실종돼, 사실상 지금은 국민의힘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 대표는 "민주당이 뭐 하는 정당인지 사람들이 모른다"며 "민주당이 추구한 가치를 표를 위해 쉽게 버린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공수처·검수완박은 밀어붙이면서 차별금지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민생 법안에는 미온적이었다"면서 "무슨 얘기를 해도 진정성이 안 느껴질 지경"이라고 질타했다.
유 대표는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다수 유권자에게는 "민주당이 왜 존재하는지는 흐릿해지고 '내로남불', '부동산 무능', '대선 불복' 이미지만 남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관심이 집중된 '20대 표심'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토론에 참석한 하헌기 새로운연구소장은 "20대를 '전통적 지지층'이라고 해왔다. (지난 선거에서) '지지층을 뺏겼다'고 하는데 뺏긴 게 아니라 재생산에 실패한 것"이라며 "90년대 이후 세대는 민주당을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도 "리더십의 위기·정체성의 위기·지지기반의 위기"를 지적하며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달라진 20대의 관심사와 가치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패널들의 지적에 대부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널 발제·토론에 이어 의원들이 참여한 비공개 토론에서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팬덤 정치와 계파 갈등, 전당대회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