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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 전면화 위해 '협동조합 금융업' 허용해야"

9일 국회서 토론회 열려…"국가가 못 돕는다면 사회가 스스로 도울 길 마련 필요"

지난 2011년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의결되면서 본격적인 협동조합의 역사가 한국에서 시작됐다. 법 발효 10여 년이 지난 현재 전국 2만2000여 협동조합이 탄생해 새로운 사회적·경제적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계가 있다. 특히 문제 되는 건 조합원 간 상호부조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현 협동조합법 45조 상 금융업과 보험업은 협동조합이 영위할 수 없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오직 협동조합연합회만 제한적으로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이들이거나 소상공인 등이 협동조합 결성의 필요성을 주로 느낀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9일 국회에서 '협동조합의 자조적 사회안전망, 상호부조 현실화를 위한 기본법 제도개선 방향'이라는 이름의 토론회로 열렸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 유유미 전국주민협동연합회 상임이사,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등이 행사에 참여해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제도금융이 버린 노동자 보장, 상호부조로 대안

협동조합이 공제업을 영위하게 된다는 말은,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으로 결속된 이들이 상호부조라는 경제적 울타리를 하나 더 둘러 세울 수 있다는 뜻과 같다. 기존 제도권 금융에서는 소외된 약자들도 협동조합을 통해 상호 연대해 사회적 공동체를 구성해갈 가능성이 열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필요성을 구교현 사무국장이 라이더유니온의 특성을 예로 들어 강조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열악한 플랫폼노동자인 배달기사들의 연대체다.

구 사무국장은 "배달노동과 관련한 실태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배달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0시간가량을 노동"하면서 "노동자의 40퍼센트가량이 직·간접적으로 사고를 경험"할 정도로 위험한 노동을 이어가지만 그들의 노동을 보호받을 장치는 없다.

산재보험에 가입해도 배달업의 소득인정액이 지나치게 낮아 사고로 인해 휴업할 경우 최저임금이 산정돼 "라이더들은 산재를 받느니 일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구 사무국장은 지적했다.

특히 라이더들은 자차보험에 들기도 쉽지 않다. 나이 40대 기준 자차보험료가 오토바이 한 대당 연간 1000만 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다. 사고위험이 커 "사실상 보험에 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구 사무국장은 전했다. 정작 사고에 대비한 보험 필요성이 가장 큰 이들이 보험에 들지 못하는 셈이다.

이들의 권익 옹호를 위해서는 노동조합 결성이 최선이겠으나, 서로가 경쟁자인 노동환경 상 조직화는 매우 어렵다. "생활공동체 성격의 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라이더유니온은 실제 지난 2019년부터 사무금융 우분투 재단 지원을 받아 자차보험을 들지 못하는 라이더를 대상으로 자차수리비의 50~70%를 지원하는 자차공제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공제회원들이 일정액의 기금을 적립하고 이들이 스스로를 돕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기존 제도에서는 소외된 이들이 직접 대안을 찾아 나선 셈이다.

▲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협동조합의 공제업 전면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이대희)

"가족-기업-국가 복지는 실패…사회적 경제 전면화해야"

협동조합에 공제업을 허용해 이 같은 조합원 간 상호부조를 우리 사회에 전면화해야 하는 이유다. 협동조합법에 따라 국내에서도 짧은 기간에 많은 협동조합이 생겼으나, 대부분 협동조합은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겨난 협동조합만큼 사라진 협동조합도 많다. 서로의 연대를 보장하는 공제업이 불가능해 대부분 협동조합이 결국 지자체의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악순환에 들어가거나, 덩치를 키우지 못해 제대로 된 활동도 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협동조합의 조합원 교육, 조합 간 연대 등의 길은 정비됐지만 정작 조직을 원활하게 유지하게 하는 핏줄인 상호부조 금융의 길이 막혀 제대로 된 조합활동이 보장되지 않은 셈이다.

김형탁 사무총장은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노조 결성 유인이 줄어들고, 사회 구성원 간 자산·소득 격차가 커지는 한국 현실에서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 상호부조를 통해 연대하는 길을 열어야 할 필요는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시장의 실패와 국가의 실패로 인해 시민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사회적 경제를 키울 필요가 크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돕지 못한다면 적어도 사회가 스스로 도울 길은 열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김 사무총장은 "상호부조를 우리 사회에 안착시키기 위한 시도는 다양한 곳에서 나오고 있으나 이러저러한 제도적 규제로 인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협동조합기본법은 공제업을 막아뒀고, 단체 신협은 인가를 받기가 불가능하고, 생협법에는 공제 조항이 있지만 정작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을 해주지 않고, 노동조합법도 노동조합 바깥의 노동자는 돕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김 사무총장은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기존 사회보장체계는 개인-직장-국가라는 3층 구조로 이뤄졌으나, 이미 가족관계가 해체돼 1인 가구가 전체의 31%를 넘어섰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노동자가 아니면 기업복지 혜택은 꿈도 못 꾸며, 국가의 사회보장 체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인 게 기존 한국 사회적 보장의 현실이라며 "이제 사회가 빈 영역에서 구성원에게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사회연대경제가 전면적으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근본적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금융·보험업을 할 수 없다는 협동조합기본법의 관련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삭제가 어렵다면, 적어도 회원조직 조합원에게는 협동조합이 공제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김 사무총장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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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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