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 움직임에 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이 반발하고 나섰다.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최저임금연대는 17일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을 낮출 수 있게 하자는 것으로 최저임금법의 목적을 전면 부정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연대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올바른 최저임금제도 운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은 노동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은 불필요한 갈등만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제가 처음 도입된 1988년 딱 한 번을 제외하곤 34년간 도입된 적이 없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검토'를 언급한 바 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부총리는 "최저임금 상승,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지속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차등적용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계속하기보다 연구용역 작업이라도 빨리 시작해 건설적 논의를 위한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고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이에 관해 현장에서 발언에 나선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이 도입된 딱 한 해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적절하지 않아서 사문화됐다"며 "최저임금법의 목적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노동계와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업종별 차등적용을 삭제하는 최저임금법을 조만간 발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최저임금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의 역할을 무시한 채, 소관 부처도 아닌 기획재정부의 추경호 부총리가 업종 구분 적용을 서슴지 않고 주장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 사무총장은 "앞으로 본격적인 심의가 이뤄지는 만큼 정부는 사회적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 더는 개입하지 말고 최저임금법이 보장하고 있는 본래 목적처럼 올바른 최저임금 제도 운용에 대해서만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순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여성 노동자 4명 중 1명은 저임금 노동자다. 여성 노동자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거나 그보다 조금 많은 임금을 받고 있어, 최저임금은 '여성노동자의 임금'이라고 불린다"며 "정부가 위탁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 아이돌봄 노동자, 생활지원사 등 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임금 예산도 다 최저임금에 맞춰 설계 되어 있다"고 했다.
즉, 최저임금이 차등 적용되어 이들 직제의 최저임금이 사실상 인하된다면, 그 피해가 여성 노동자에게 집중적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또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인건비로부터 기인하는게 아니라, 임대료 인상과 대기업의 횡포 등 구조적인 문제로 비롯했다고 짚었다.
문종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자영업자들은 임대료 인상, 원부자재 가격인상, 세금과 수수료에 더해 본사나 대기업의 횡포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치 지도자나 대기업 집단이 앞장서서 '당신들 어렵잖아, 당신들 최저임금 못주잖아, 못준다고 말 해'라고 다그치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문 활동가는 "물론 인건비 부담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인건비만이 부담이 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피해는 중소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됐다"며 "자영업자가 어려운 원인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높은 임대료, 불공정거래, 가맹수수료 등 대기업 횡포와 기울어진 산업구조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며 올바른 최저임금제도 운용을 촉구했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2차 회의가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 인상수준 에서 격돌을 예고한 만큼, 본격적인 심의에 앞서 기초자료 심사를 놓고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의 기싸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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