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73년 봄 서울대민속가면극연구회의 문을 두드렸다. 지금까지 50년. 그날의 선택은 50년 인생길의 선택이었다. 지난 2~년간의 내 활동의 궤적을 돌아보면, 탈춤은 여전히 나의 길이다. 탈춤이 가지고 있는 정신, 문화, 사고방식, 술, 인맥 등은 내 인생을 관통하고 있다.
나에게 탈춤은 현재 진행형이다.
못다 한 신명이 지금도 남아있다. 예능에 재주가 없던 나는 젊었을 시절에 탈춤의 벗들과 신명나게 놀지를 못했다. 신명이 나서 한없이 놀아보는 것이 꿈 중의 하나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술을 즐긴다. 탈춤을 통해서 내 몸에 길들여진 것이다. 채희완 선배님과의 술자리는 한없이 즐거웠고, 때로는 지겨울 정도로 끈질기게 이어질때는 두 손을 들어 버리곤 했다.
공동체를 건설하려고 한다. 80년 서울의 봄 당시, 채희완 선배님과 같이 한두레신협을 한다고 돈을 모은 적이 있다. 탈춤 정신에 있는 공동체를 구현하려고 한 것이다. 내 인생에 여러 차례 실제 공동체를 만들려고 시도했다. 번번이 실패했다. 끝까지 한다. 될 때까지 한다. 지금 또 하나의 공동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며칠 전, 3월 15일. 거제에서 열린 6.25전쟁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위령무 공연을 했다. 1월에는 ‘장틀’이라는 전통선가에서 내려오는 기공(일명 큰 춤)전수회를 1박2일 동안 개최했다. 2019년 3월1일 3.1대혁명 100주년 만북울림이라는 행사의 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지금까지 정월대보름놀이를 스무번은 직접 기획하고 집전하였다.
1999년부터 매년 생명축제를 거행한 것이 아마도 15회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매향제(埋香祭)도 한 5번, 단오제, 천제(天祭) 등 공연무대에 설만한 끼와 재주가 없었던 나는 주로 기획일을 하며, 탈춤에서 배운 그 정신을 실행하였다.
그 질펀한 술자리,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줄기차게 이어지는 술자리를 받아들일 만한 기운도 부족했고, 주량도 딸렸고, 그 술자리의 의미를 크게 느끼지도 못했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탈춤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탈춤 그룹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 무엇을 찾아 발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이념서적도 탐독하면서.
나는 25살 되던 무렵,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었다. 그 후 20년 동안 나는 그 교의(敎義)를 실천하려는 활동을 전개했다. 소그룹을 만들고, 집회에 참석하고. 이 또한 탈춤에서 체득했던 민중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2)
탈춤은 나에게 세상에 있는 비밀을 찾아 과거로 열려진 문이면서, 미래로 가는 문이었다.
탈춤은 과거 사람들의 가치관, 애환, 신명, 몸짓 등을 알아낼 수 있는 단서이다. 우리는 그 단서를 쥐고 몇 날이고 토론을 하고, 땀을 흘리며 몸짓을 배우고 익혔다. 그 가치관에 따라 옛 사람들을 이해했고, 그 가치관으로 시국을 논하고, 주먹을 불끈 쥐면서 열변을 토했고, 시위를 했다. 그 문화관으로 새로운 혼례를 치르기도 했고, 옷을 만들어 입었다. 그러한 일련의 행위들은 7~80년대의 그 혼란스러운 격변기를 헤쳐나가는 밑천이었다.
또한 탈춤은 미래의 삶을 설계하는 이정표였다. 탈춤에 담겨있는 철학, 가치관, 삶의 방식은 유신독재와 그를 이은 군부 쿠테타 정권과 싸워 국가의 내일로 가는 청사진이었다.
과거와 미래로 가는 그 핵심 키워드를 한마디로 하자면 ‘민본(民本)-대동(大同)-신명(神明)’이다. 지금 세상의 시대정신이며, 인류의 영원한 꿈이다. 바로 탈춤의 정신이다.
언젠가 탈꾼이 국가의 교육을 책임지는 그 자리에 오르면, 그 정신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설계될 것이다.
(3)
‘하나됨과 어울림’
70~90년대에 이르는 탈춤부흥운동의 시기에는 ‘민본(民本)-대동(大同)-신명(神明)’의 깃발로 거의 통용되지 않는 일이 없었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또 하나의 깃발이 필요했다. 현대과학기술문명의 폐해가 전 지구를 휩쓸면서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 범 생명, 가이아 지구로까지 우리 인식과 실천의 지평이 열리게 되었다. 뭇 생명, 나아가 지구, 더 나아가 전 우주등과 ‘하나됨과 어울림’을 이루려는 깃발이 바로 그것이다.
생명운동, 동학 등을 우리에게 소개한 것은 탈춤문화운동의 계시자인 김지하선배였다. 시대정신을 치열하게 추구해온 결과였다.
[탈춤과 나] 원고 청탁서
새로운 언론문화를 주도해가는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http://pressian.com)이 <사)민족미학연구소>와 <창작탈춤패 지기금지>와 함께 탈춤에 관한 “이야기마당”(칼럼 연재)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탈춤이 좋아서, 쏟은 열정이 오롯이 담긴 회고담이거나 증언, 활동일지여도 좋고 아니면 현금 문화현상에 대한 어기찬 비판과 제언 형식의 글이어도 좋습니다.
과거 탈춤반 출신의 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신세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글 내용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한 때나마 문화패로서 탈꾼으로서 개성넘치는 숨결을 담아내면 참 좋겠지요.
글 말미에는 대학탈춤패 출신임을 밝혀주십시오(대학, 학번, 탈춤반 이름 및 현직)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사진(1-5매)이나 시청각 자료도 곁들여 캡션을 달아 보내주시면, 지난 기억이 되살아나 더욱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줄 것입니다.
알뜰살뜰한 글과 사진제공에 대한 원고사례비는 제공되지 않고, 다만 원고가 묶여져 책으로 발간될 때 책 두 권 발송으로 사례를 대신합니다.
제 목 : [탈춤과 나] (부제로 각자 글 나름의 자의적인 제목을 달아도 좋음)
원고 매수 : 200자 원고지 15-30매(A4 3-5장)
(사진 등 시청각 관련 자료 캡션 달아 첨부하면 더욱 좋음)
보낼 곳 : (사) 민족미학연구소 (namihak@hanmail.net) 채 희 완 (bullim20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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