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수 씨, 방송하고 다르게 너무 조용하시네요. …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저는 말을 안 하고 살아요. 그게 바로 제가 '차별'에 대처하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화예술인, 교회 목사, 성소수자·장애인 활동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노동자 등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여 차별금지법(평등법) 즉시 제정을 촉구했다.
28일 오전 서울 국회의사당 도서관 강당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 각계 인사들이 모였다. 이들 100여 명은 이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비상시국'을 선포하고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시국회의를, 이후 오전 11시부턴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27일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를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면담을 요청한 연예인 하리수 씨도 현장을 찾아 회의와 회견에 함께 했다.
발언에 나선 하 씨는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저는 너무 유쾌한 삶을 살았지만, 뒤에서는 눈물 흘리는 날도 많았다"며 본인이 겪은 "여성, (부상으로 인한 단기적인) 장애인, 성소수자로서 겪은 차별"의 경험을 고백했다. 특히 그는 "제가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예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에서 당했던 차별들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성소수자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 겪은 일들을 차별의 경험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 씨 개인이 겪은 차별의 경험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연대의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많은 일들을 겪어오면서 느꼈던 것은 '내가 강해지고 내가 잘함으로써 모든 것을 바꿔나가야겠다'라는 것이었다"며 "여러분들이 지키고 싶었던 것, 소중한 것, 같이 지켜나가야 되지 않겠나,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에) 저도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엔 홍인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이사장이 참여해 "목사로서, 기독교인으로서 정치권을 향하여 빨리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홍 이사장은 "저는 기독교 목사고, 따라서 성경과 신앙에 따라 차별금지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차별금지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기본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종교계 목사님들의 거센 반대로 차별금지법 만들기에 주저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며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들의 목소리가 과대대표되어 있다는 사실을 목사로서, 평생 기독교인으로 교회에서 삶을 산 사람으로서 정말 확실하게 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저와 같은 교인들 표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장엔 지난 11일부터 차별금지법 4월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와 미류 책임집행위원을 비롯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소성욱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참여해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의 경험과 이를 막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회견 중간엔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자리를 찾아 연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18일째 단식농성을 진행 중인 미류 책임집행위원은 평등에 대한 시민들의 의지에 대해 발언했다. 그는 "우리는 5년 동안 정말 많이 나아갔다. 미투 운동이 있었고 디지털 성범죄를 고발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문제로 만들었다"며 "우리 사회에는 이미 평등에 대한 감각이 쌓이고 있다. 평등이 답이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 모인 100여 명의 회견 참가자들과 813명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비상시국 선언 참가자들은 미류 위원과 이종걸 대표의 단식농성에 연대하기 위해 '동조단식'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오는 5월 2일부터 국회 앞에서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매일 2시간씩 동조단식 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기세를 올려 싸움을 계속 해가겠다"고 발표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