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상 연세대 탈춤연구회 76학번, 연대탈박 동문회장이 '장시' 형태의 글을 [탈춤과 나]에 보내왔다. 공유상의 장시를 5회에 걸쳐 싣는다. 오늘은 그 두번째 이야기다.
고뇌하는 젊음들
탈춤을 배우는 건 빡쎘다.
특히 황해도 지방의 춤들은 격렬하다.
봉산의 기본을 배우려면
매일 세시간 이상을 앉았다 섰다
뛰었다 날다를 반복하며
장단에 몸을 실어야 한다.
" 장단이 몸이 젖어 들 때까지" !
장단에 젖기 전에 몸 다 망가지겄넹.
결국 고시 스케쥴은 1년 연기했다.
당시 선배들은 우리 문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선 후기, 일제 침략, 해방, 6.25 전쟁을 지나오면서
우리의 것은 망실되었고
그 자리를 왜색 놀이와 양키 문화가 문화적 대세로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엥까 풍의 가요
젊음들을 유혹하던 고고와 디스코
범람하는 남의 것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의 것, 우리의 문화를 찾으려 했다.
빡쎈 춤 연습이 끝나면
허름한 주점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우리의 것을 찾기 위한 열띤 토론이 벌어져 밤 열두시 통금을 넘기면
조그만 여인숙에서 열댓명씩 몰려 자곤 했다.
집을 뛰쳐 나온 나에겐 안정된(?) 숙박처가 확보된 것이다.
당시 한국은 긴급했다.
대통령은 삼선 개헌, 유신헌법 제정,
위수령, 대통령 긴급조치를 연이어 발동하고
많은 지식인, 종교 지도자, 학생들을
감시하고 고문하고 감옥에 잡아 넣었다.
긴급한 상황을 살면서
고뇌하는 젊음들은
강도 높은 춤연습만큼이나
밀도 높은 실존의 고민들을 떠 안았다.
민중의 춤의 특성은 저항과 해학이었다.
비합리적인 지배 체제 하에서의 설움과 한을
체념과 비굴한 예종의 거부와
익살과 해학으로 승화시켰다.
탈춤과의 만남은 시간이 아까워도 너무 아까운 큰 사건이 되었다.
강도 높게 춤도 춰야 하고
술도 함께 많이 마셔야 하고
빈약한 자료를 정리하면서 공부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민중 문화의 방향을
고민하고 모색해야 했다.
대학생활은 탈춤이 주가 되고
수업은 여건이 되면 들어가는 부차적인 것이 되었다.
흥, 끼, 뭇동, 놀이
춤은 만남이다.
삶의 방식, 놀이 방식, 사고 방식의 만남이며,
몸짓과 소리와 이야기의 만남이고
귀한 사람과 천한 집단의 충돌과 타협이다.
춤에는 개성이 있다.
한강 이북의 춤들은 빠르고 역동적이다.
떵딱 허이 떵딱 허이 얼쑤하는 타령이 주된 박자이며,
춤도 역동적이고 딱 딱 끊어진다.
봉산탈춤, 강령탈춤,
양주 별산대, 애오개 산대 놀이 등이 그렇다.
한강 이남의 춤들,
통영 오광대, 고성오광대, 진주 오광대, 동래 야유, 수영야유,
동래학춤, 양반춤들은
떵끼다 떵다라라 하는 굿거리 장단이 주요 박자이며,
춤도 유연하게 연속적으로 흐른다.
새내기 때에는 봉산탈춤을 배웠고,
1년이 지나 겨울방학에는 통영 전수회관으로 가서 오광대를 배웠다.
춤을 추면서 '흥' '끼' '뭇동'이라는 개념을 만나게 되었다.
흥은 몸과 마음과 정신을 고양시키는 것으로 어딘지 모를 저 깊은 곳에서부터 샘처럼 솟아나오는 영험한 능력이었다.
장단이 울리고 춤에 몰입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춤이 몸을 스스로 인도하게 된다.
그런데 이게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
어떤 이는 춤을 접하자마자 저절로 오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아무리 해도 느끼지 못하고 결국 춤을 포기하고 뒷패가 되어 장작을 나르고, 가마니를 옮기고, 리어카를 끌게 된다.
그러나 신은 공평하다.
공연은 악사나 춤추는 자만이 해나갈 수 없다.
오히려 춤추는 자는 옷도 입혀 줘야 하고, 정해진 동선을 정해진 동작으로 채워야 하지만,
뒷패는 모든 걸 준비해 놓고,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을 발휘하며 공연을 지원해야 한다.
공연은 삶의 단면이다.
함께 함 ㅡ 뭇동!
나의 가진 모든 것(끼)을
저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 올려 (흥)
함께 내어 놓고 맘껏 뿜어 내는 것(뭇동)!
탈춤은 나의 삶에 가장 중요한 세가지 요소를 심어 주었다.
끼와 흥과 뭇동!
[탈춤과 나] 원고 청탁서
새로운 언론문화를 주도해가는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http://pressian.com)이 <사)민족미학연구소>와 <창작탈춤패 지기금지>와 함께 탈춤에 관한 “이야기마당”(칼럼 연재)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탈춤이 좋아서, 쏟은 열정이 오롯이 담긴 회고담이거나 증언, 활동일지여도 좋고 아니면 현금 문화현상에 대한 어기찬 비판과 제언 형식의 글이어도 좋습니다.
과거 탈춤반 출신의 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신세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글 내용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한 때나마 문화패로서 탈꾼으로서 개성넘치는 숨결을 담아내면 참 좋겠지요.
글 말미에는 대학탈춤패 출신임을 밝혀주십시오(대학, 학번, 탈춤반 이름 및 현직)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사진(1-5매)이나 시청각 자료도 곁들여 캡션을 달아 보내주시면, 지난 기억이 되살아나 더욱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줄 것입니다.
알뜰살뜰한 글과 사진제공에 대한 원고사례비는 제공되지 않고, 다만 원고가 묶여져 책으로 발간될 때 책 두 권 발송으로 사례를 대신합니다.
제 목 : [탈춤과 나] (부제로 각자 글 나름의 자의적인 제목을 달아도 좋음)
원고 매수 : 200자 원고지 15-30매(A4 3-5장)
(사진 등 시청각 관련 자료 캡션 달아 첨부하면 더욱 좋음)
보낼 곳 : (사) 민족미학연구소 (namihak@hanmail.net) 채 희 완 (bullim20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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