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아이들 안전에 늘 노심초사하는 교사의 열린 눈이 자칫 투신으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장면을 멈추게 했다.
소동의 발단은 지난 6일 오후 1시 30분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있는 A 중학교 본관 건물이었다.
쉬는 시간 학생들을 살피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와 이곳저곳을 살피던 학생부장 교사의 눈에 사람의 형체가 들어왔다.
본관 건물 3층 계단과 통하는 창문틀에 누군가가 서 있는 모습을 목격한 학생부장 교사는 처음엔 학교 시설 공사를 위해 있는 근로자로 여겼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그 모습을 살폈다.
그 찰나에 이 교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밖에 없었다. 창틀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사람은 이 학교 3학년 학생이었던 것이다. 주저할 겨를 조차 없었던 교사의 발걸음은 뜀박질로 변했고, 그 한달음 속에서 교실에 있던 동료 교사들에게 도움을 다급하게 요청했다.
이 목청을 듣고 교실에서 뛰쳐나온 또다른 교사들은 학생이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신변을 손에 넣는 것이 급선무였다. 학생부장 교사는 그대로 3층 계단으로 올라가 3학년 학생의 옷자락을 힘줘 잡아챘다. 하지만, 협소한 창틀에서 손으로 붙잡고 있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학생의 안전만 생각하던 학생부장의 또다른 손아귀엔 고무호스가 전달됐다. 뒤따르던 동료교사들이 화장실에 놓여 있던 고무호스를 구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서둘러 챙긴 것이다.
때아닌 인간띠가 교사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교사들의 부여잡은 손과 손이 학생의 추락을 방지하는 임시 지지대 역할을 해냈다.
학생을 붙들고 버티던 교사들은 학교로 들어오는 119구조대원들과 경찰들의 모습에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도 긴장의 끈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다. 구조대원들이 바닥에 안전배트를 깔아 놓은 뒤 단단한 구조용 로프를 학생의 몸에 두루는 순간에서야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교사와 119구조대원, 그리고 경찰관들의 합심설득이 시작됐다. 1층 바닥만 내려보며 대화 자체를 거부했던 학생은 서서히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고, 10분 정도 시간이 흐르자 구조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어 창문 틀에서 발을 뗐다.
당시 투신소동에 나선 이유를 알아내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우선 학생이 아무런 탈 없이 돌아온 것 자체가 고마웠을 뿐이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한마음으로 학생을 구한 교사와 구조대, 경찰들은 학생의 심신안정과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했다.
평소 마음에 병이 있었던 학생이었다는 사실이 소동 일단락 후 알려졌다. 교사들은 학생을 구조해 놓고도 더욱 더 마음을 쏟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고개를 떨궜다. 스승의 마음은 하늘보다 더 넓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 학교 교감은 "어린 학생들이 혼자 고민하고 아파하지 않도록 교사 모두가 이번을 거울삼아 아이들에게 더욱 다가가는 계기로 삼아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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