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계의 여성노동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을 규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민주일반연맹 아이돌봄분과, 전국공무원노조 성평등위원회, 전국건설노조, 전국금속노조 등 각 분야 여성노동자들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여성가족부가 하고 있는 사업들 중 어느 것 하나 역사적 소임을 다한 것이 있는가" 되물으며 "윤 당선인은 구조적 성차별을 없애고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들라는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라"고 촉구했다.
노동자들은 특히 본인들이 경험한 '여성노동자의 삶'의 모습이야말로 여전히 남은 "여가부의 역사적 소명"이라 증언했다. 김미정 전국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 부지부장은 "건설현장에도 여성노동자가 있다.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아는가"라고 물은 뒤 "지난 시기 오랫동안 건설현장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용변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이 없거나 부족해서 방광염에 걸리고,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서 사용하기도 어렵다"거나 "생계를 위해 일하러 간 일터에서 성희롱의 대상이 되어 온갖 모욕과 괴롭힘을 당해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말도 못하거나 일터를 떠나야 하는 현실" 등이 여성 건설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삶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엔 경북 포항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가 현장 관리자의 폭언과 성적 괴롭힘을 견디다 극단 선택을 하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어 김 부지부장은 "(최근 건설현장엔) 여성 화장실이 변하고 휴게공간도 만들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을 성희롱의 대상으로 취급하며 모욕하고 하대하던 건설현장에 (여성노동자의) 이름을 불러주는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며 "그동안 모두가 외면하던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전담부서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제도를 개선하고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여가부의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아이돌봄 지원 서비스'를 7년째 이용하고 있다는 익명의 싱글맘 A 씨가 연대의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편지에서 A 씨는 "어느덧 7살이 된 아이는 아쉽게도 아직 남의 손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도움이 아니라면 아침밥을 먹을 수도, 유치원에 가는 버스에 오를 수도 없다"며 "이런 현실을 뚫고서 내가 일자리와 아이를 함께 지킬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여가부의) 아이돌봄 지원 서비스였다. (여가부에) 매우 고맙다"고 전했다. 편지를 대독한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A 씨의 사연이) 많은 일하는 여성들의 처지"라며 "무시당하고 있는 여가부 사업들을 이용하고 있는 여성들의 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달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선 여가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막지 못한 여성노동자들의 죽음이 언급되기도 했다. 노동현장에서의 성차별과 성폭력 등이 여전히 만연하고, 이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여성노동자들이 있음에도 해당 문제에 대한 전담부서를 없애겠다는 윤 당선인 측은 "아무런 계획(대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권수정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작년 2월 대한민국 육군은 성별에 따른 차별의 가해자가 되어 변희수 하사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같은 해 5월엔 공군에서 벌어진 2차 가해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이해람 중사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윤석열 당선자는 (대통령으로서) 군대와 공공기관에 만연한 성소수자 차별과 성폭력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여가부를 폐지하고, 이 사업을 누가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김 국장 또한 여가부 폐지 이후의 여성정책·사업 집행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여가부 사업은 상당 부분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집행되는 구조인데, 대안 없는 여가부 폐지는 지자체의 혼란과 축소를 야기할 것"이라며 "여성노동정책들을 성인지적 태도로 총괄할 시스템도 아직 없는데, '성차별이 없기에 여가부를 없애도 된다'는 것은 오만하고 무지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에 안명자 공공운수노조 사무처장은 "여가부를 해체하고 싶다면 (여가부를) 여성, 가족, 청소년 전담부처로 나누어 사업을 강화하고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