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가들의 지하철 탑승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심각한 장애 차별적 시각"을 내보였다며 비판했다.
이 대표는 2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같은 날 아침 서울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에서 진행된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 시위를 비판했다.
해당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이 대표는 "국민의힘은 지금까지도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고, 더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인은 이미 몇 달 전부터 해당 단체 간부 등에게 협의를 약속했다.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 가면서 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이미 (정부, 국회 등에서)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약속한 상황에도 장애인 단체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며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장애인 시위에 대한 일부 시민들의 부정적 여론과도 닮아있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글에 한 시민이 남긴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좀 더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장애인들을) 설득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내용의 댓글에 지난 1월 국민의힘이 게시한 '59초공약짤'을 답으로 달기도 했다. 해당 공약 영상엔 저상버스를 시외버스 등으로 확대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국민이힘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미 후보 시절부터 장애인 이동권을 충분히 약속했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 대표의 이러한 인식이 지난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부부 추락 참사로부터 21년 간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맥락을 잘못 이해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장애인 이동권을 약속해왔지만, 결국 그 약속을 실천할 예산집행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장애인단체들이 시위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고 이날 이준석 대표가 지적한 지하철 시위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일어났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31일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에도 저상버스 추가 도입 의무화와 광역이동지원센터를 위한 국비지원이 명시됐지만, 중앙정부의 운영비 지원이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확정되면서 예산집행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한명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서울시든 정부든 요즘엔 장애인 이동권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면서도 "중요한 건 예산이 실질적으로 집행돼 이동권이 실제로 보장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실장은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예산이 배정되어 있음에도 집행이 되지 않거나, 약속을 했으면서도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대선 국면에서 약속했다는 장애인단체와의 '협의'를 두고도 한 실장은 "4명의 대선 후보들에게 장애인 권리 예산과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을 때 돌아온 것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출근길 선전전 방문, 그리고 이재명 후보의 토론회에서의 장애인 권리 언급 정도"였다며 "이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관련 사항에 대해서 적극적인 약속이나 협의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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