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주간 코로나19 위험도 평가 결과가 9주 만에 '매우 높음'으로 올라갔다.
의료 노동자들은 이 상황에서 연일 방역 완화 기조를 이어가는 정부 대응이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하고 "이미 전국의 중환자 병상이 포화 상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사실상 "집단면역으로 방역 대응 방침을 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 코로나 위기는 9주만 최악
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작년 12월 다섯째 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고, 특히 최근 한 달 간 비수도권에서 가파른 상승세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3월 첫째 주(2월 27일~3월 5일) 전국의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53.5%로 한주 전(2월 20일~26일) 44.0%에 비해 9.5%포인트 올라갔다. 수도권의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49.6%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비수도권이 62.6%에 달했다.
비수도권의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이미 비수도권에서는 의료 역량을 넘어서는 수준의 환자가 발생 중이다. 3월 첫째 주 수도권의 의료대응역량 대비 환자 발생 비율은 58.6%에 불과했으나 비수도권은 132.2%에 달했다. 전국 비율은 77.4%로 집계됐다.
사망자 지표도 한주 사이 나빠졌다. 지난주 주간 사망자 수는 541명이었으나 3월 첫째 주에는 901명으로 늘어났다. 일평균 확진자 수 급증에 따라 병상 지표와 사망자 지표 등도 일제히 나빠지는 모습이 관측됐다. 한주 사이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13만8899명에서 19만7249명으로 급증했다.
방대본은 오미크론 특성상 감염자의 "중증화율이 감소했고 병상 확충이 이뤄져 감당 가능한 확진자 수는 증가했으나 (이를 넘어설 정도로) 확진자가 급증해 전국의 의료대응역량 대비 발생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방대본은 이 같은 점을 근거로 3월 첫째 주 전국, 수도권, 비수도권의 위험도 평가 결과를 일제히 '매우 높음'으로 결정했다. 지난 주 평가 결과는 모두 '높음'이었다.
전국과 수도권의 위험도가 '매우 높음'으로 집계된 것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의료 체계가 붕괴하던 작년 12월 다섯째 주 이후 이번이 9주 만에 처음이다. 비수도권의 경우는 작년 12월 셋째 주 이후 '매우 높음'이 처음이다.
방대본은 이 같은 점을 근거로 "의료대응역량이 감당가능한 수준을 유지 중"이지만 "비수도권에는 대응조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돈 안 쓰고 집단면역 추구하는 중"
방대본 평가 결과와는 달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연일 방역 조치 완화 방침을 이어가는 모습을 최근 들어 보여왔다.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 시간을 차츰 완화해 현재는 밤 11시까지 집합이 가능하다.
이에 실제 코로나19 치료 최일선에서 일하는 의료노동자들은 이날 성명을 내 현 감염 상황은 정부 진단보다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의 방역 기조 완화를 두고 "정부는 위중증 환자가 델타 유행 때보다 적고 중환자 병상 가동률 여유가 있다면서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으나 "최근 하루 사망자는 '위드코로나' 위기였던 지난 12월보다 약 두 배나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거리두기 추가 완화조치가 발표된 지난 4일의 사망자는 216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병상 대비 상황도 아직 여유가 있다는 정부 진단이 사실과 다르다고 의료계는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해 12월부터 정부 행정명령에 따라 여전히 중환자여도 증상발현 후 20일이 지나면 격리가 해제되고, 2월부터는 검체 채취 후 7일로 더 단축됐다"며 "이런 환자들 상당수가 코로나19 중환자 통계에서 제외되고 있다. 실제 중환자 숫자는 델타 때보다 과소 추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병상이 확보돼도 이를 감당할 의료 인력 충원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아 실제 병상 상황은 정부 발표보다 나쁘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2년 간 정부가 마련했다고 한 병상은 실제로 모두 운영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병상은) 지금 거의 포화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방역체계가 무너지고 공무원이 과로사"하는 와중에도 정부가 "거리두기를 더 완화하고 방역조치를 해제하고 있다"며 결국 "정부가 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평했다.
그간 엄격한 차단 등을 기조로 삼던 정부가 사실상 스웨덴 등 북유럽 일부국가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집단면역 체계를 가동해 관련 재정 투입을 아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특히 일본 정부의 재정 지원과 한국 정부 대책을 대조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일본은 100만 명 당 확진자가 750명 수준에서 정점을 맞이하고 한 달 전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지난 1월부터 비상방역조치를 시행해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자영업주에게 충분한 손실보상을 하고 있다"며 "일본의 최근 확진자 수 감소는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정부의 충분한 방역조치와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 자영업주들은 지난 2년간 각가 수억 원 규모의 재정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년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실물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지난해 일본 전역의 도산업체 수는 1964년 이후 57년 만에 역대 최저로 집계됐다. 정부 재정지원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정부의 중환자 격리 해제 기준 변경으로 인해 격리 대상에서 해제됐음에도 여전히 중환자인 경우는 "환자가 수천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코로나 치료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 미국 소식에 혀를 찰 일이 아니다. 이 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비판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아직도 "자영업의 어려움 운운하면서 손실보상은 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한국에서 치솟는 확진자와 사망자는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의도적 선택의 결과"라고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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