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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철도가 우크라이나에 연대하는 방법

[기고] 철도로 우크라이나에 연대하는 유럽 국가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도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혼돈에 빠졌다. 군사력 세계 2위 대 22위의 싸움. 전쟁 발발 전 만 해도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압도적인 공세로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붙여 수일 내에 수도 키이우를 함락시킬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전쟁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복권 상자 같은 것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이 처음 계획에서 어떻게 크게 빗나가는지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전쟁에서는 탁상 계획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무수한 작은 사정 때문에 모든 것이 처음 계획을 밑돌아 소정된 목표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 통례이다.” 더불어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에서의 정보는 대부분 잘못되어 있고 알 수 있는 것은 아군의 사정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함부로 전쟁을 말하는 이들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한반도 역시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화약고 같은 역사적 지정학적 사연을 담고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더 적극적으로 전쟁을 막기 위한 정치사회적,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전쟁 위기는 상대를 자극하며 에스컬레이팅 된다. 또 이 같은 행위들은 정치적 위기 타결이나 이득을 얻기 위해 시도되기도 한다. 진정한 안보를 위해 정치 지도자와 국민 모두가 냉철하고 합리적인 이성을 바탕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철도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우크라이나 북부와 동부로 집결한 러시아 군의 주요 수송 및 보급 수단은 철도였다. 러시아 군 당국이 한 때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부인하며 철수 한다는 역정보를 흘릴 때에도 철도로 이동하는 동영상을 공개했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철의 실크로드에서 벨라루스에 이어 중요한 연결망을 이루는 국가이다. 서쪽으로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몰도바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이들 나라와 연결된 철도망은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 덴마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등 유럽 여러 나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 철도 전문지 International Railway Journal 2월 28일자 기사에 따르면 유럽 철도 운영국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우크라이나 철도(UZ)는 헝거리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촙(Chop)역에 피난민을 위한 운송 허브를 설치했다. 키이우발 폴란드 행 열차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도 키이우에는 하루에 5000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는 차량이 준비되어 있다. 키이우 중앙역에는 난방 시설과 주방을 설치한 인도주의 센터에서 6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피난민을 돕고 있다,

폴란드 국제열차 운영사인 PKP 인터시티는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들어가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일반석을 무료로 개방했다. 우크라이나 시민은 앞으로 4주 동안 폴란드 전역을 무료로 이동할 수 있다. 폴란드 철도 당국은 우크라아니 국경과 맞닿은 프셰미실(Przemyśl)역에 직원을 증원해 승객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출발하는 첫 기차를 타고 폴란드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4일(현지시간) 폴란드 국경에 줄 선 우크라이나 피란민들. ⓒ연합뉴스

PKP 인터시티는 2월 26일 부상당 한 승객을 위해 개조된 침대 열차를 우크라이나로 보냈다. 이 열차에는 의료 장비, 식품, 담요 등의 물품이 실렸다. 같은 날 체코의 보헤미아 지역에서도 비슷한 의료 열차가 출발했다.

헝가리 국철 MÁV-Start는 2월 27일 우크라이나에서 헝가리 내 목적지로 여행하는 승객은 시민권과 상관없이 무료로 여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독일철도(DB) 역시 27일 우크라이나 여권이나 신분증을 소지한 피난민들이 폴란드를 거쳐 독일까지 운행되는 모든 장거리 열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28일에는 덴마크 국철(DSB)가 우크라이나 피난민 무료 운송 대열에 합류했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국가들이 러시아 침공에 맞서 철도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연대하고 지원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제재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2월 24일 러시아 철도(RZD)가 러시아의 침공 자금 조달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경제 제재를 가하는 13개 회사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철도(RZD)는 아시아와 유럽 철도 수송을 책임지는 주요 물류 기업이자 러시아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러시아 경제는 물론 유라시아 철도 물류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현재 세계의 공장 중국발 상품이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철도 화물은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철도와의 관계가 끊기면서 아시아 – 유럽 철도 노선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 러시아 – 벨라루스- 유럽 노선이 아직 건재하지만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은 결국 물류 불안의 요인이 되고 세계 경제에도 파급력을 미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전쟁을 반복하는 이유는 지배자들의 어리석음 때문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2022년 3월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4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출발하는 첫 기차를 타고 폴란드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인 연인을 맞이한 남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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