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前비서실장 정운현 "윤석열 지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의 측근이었던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21일 오전 돌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정 전 실장은 이 위원장이 국무총리일 때 비서실장을 지냈다.

정 전 실장은 이날 SNS에 쓴 글에서 "윤 후보를 지지한다"며 "최근 양쪽을 다 잘 아는 지인의 주선으로 윤 후보를 만났다. 윤 후보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당혹스러웠자만, 결국은 수락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정 전 실장이 윤 후보를 만난 것이 맞느냐'고 묻자 "틀리지 않다"고 확인하며 "캠프 보직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저는 그간 진보진영에서 활동해왔던 사람으로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삶과 행태도 동의하기 어렵거니와 민주당도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알았던 그 민주당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민주당 경선 때 저는 이낙연 캠프에서 일했다. 캠프의 공보단장을 맡아 대언론 업무를 총괄했다"며 "경선 결과는 참담했다. 민주당은 '사사오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후보를 최종 당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고 앙금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도우려고 했던 사람은 이낙연 후보였고, 거기까지가 저의 소임이었다. 그래서 저는 이재명 후보를 위한 민주당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자기가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후보, 보통 사람의 도덕성만도 못한 후보,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보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쏟아낸들 그 약속은 믿을 수 없다"며 "덜 익은 사과는 익혀서 먹을 수 있지만 썩은 사과는 먹을 수 없다. 혹자가 말했듯 저는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윤 후보 지지 이유를 밝혔다.

정 전 실장의 이반은 민주당의 내홍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방송인 김어준 씨는 지난 18일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당 경선 막판에 이낙연 후보를 지지한 10만 명이 신천지 신도들일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논란을 낳았고, 이낙연 후보를 도왔던 윤영찬·김철민 의원이 이에 반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 전 실장이 돌연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이낙연계의 입지는 옹색해진 반면 김 씨 등의 주장이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3일 이광재·박재호 의원이 부산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이 이 후보 지지자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박 의원은 민주당 경선 당시 정세균 후보를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