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1호 적용이 예상되는 삼표산업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는 노동계 목소리가 잇따랐다. 기업과 경영책임자에게 중대 산업재해 책임을 물어 반복되는 산재사망 사고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3일 경기 양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법이 제정되고 첫 중대 산업재해가 일어난 삼표산업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엄정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시멘트 노동자들이 가입한 삼표지부가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와 함께 작성한 성명도 발표됐다.
이들은 먼저 "2020년 삼척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일어난 잇따른 중대재해 사고를 떠올린다"며 "광산도로에서 차량에 치여 죽고,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죽고, 설비에서 떨어져 죽어 한 해에만 세 명의 동료를 잃었다"고 했다.
이들은 "세 동료의 죽음에 대해 그룹 경영책임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고, 삼표산업 현장에서도 안전요원 배치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리는 삼표그룹을 통해 왜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책임을 경영책임자에게 물어야 하는지 절절하게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다시는 이러한 비보를 듣고 싶지 않다"며 "삼표그룹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는지, 제대로 된 책임을 묻는지 끝까지 지켜보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대다수 석산 현장 노동자들은 채석장과 석산에서 흙을 쌓다 무너지는 등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쉬쉬하거나 몇 개월 문을 닫았다 다시 골재를 채취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며 "이번 사고 역시 예건된 참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산재사망사고는 어느 한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 뒤 "안전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가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해 한국사회 산재사망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29일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석재 발파를 위해 천공기로 바위에 구멍을 뚫던 중 높이 약 20미터의 토사 30만 제곱미터가 붕괴해 작업자 3명이 매몰됐다. 사고 닷새만인 지난 2일 마지막 실종자 정모 씨(52)가 천공기 조종석에 숨진 채 발견되며 작업자 3명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사망자는 굴착기 기사 김모 씨(55), 일용직 천공기 기사 정모 씨(28)다.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는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약 58시간 만에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중대재해법을 처음으로 적용해 삼표산업을 수사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달 31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현장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노동부는 조만간 삼표산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수사 대상 경영책임자는 사고 직후 입장문을 낸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유력하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회사 대주주지만 등기상 법인 대표이사는 아니기 때문에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경영책임자가 법에 규정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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