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해온 투표권 확대 법안이 결국 좌초됐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1주년(1월 20일) 바로 전날 밤에 일어난 일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은 하원을 통과한 '투표 자유법안'과 '존 루이스 투표권 증진법안'을 연계한 투표권 확대 법안에 대한 절차 투표와 야당인 공화당의 방해를 극복하기 위한 필리버스터 규정을 개정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투표권 확대 법안에 대한 절차 투표는 찬성 49대 반대 51, 필리버스터 규정을 개정하기 위한 투표는 찬성48 대 반대 52로 부결됐다. 특히 필리버스터 규정과 관련된 표결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를 하고 있는 민주당내 보수성향의 조 멘친(웨스트버지니아), 커스틴 시네마(애리조나) 두명의 상원의원이 공화당 의원들과 똑같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상원(100석)에서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법안을 찬성하는 의원들이 60명이 넘지 않을 경우 소수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표결을 지연시킬 수 있는 필리버스터가 사실상 거의 모든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필리버스터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이든과 민주당이 통과시키려 했던 투표권 확대 법안은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공화당이 주도하는 19개 주에서 우편투표를 어렵게 만드는 등 사실상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를 무력화 시키기 위한 법안이었다.
'투표 자유법안'은 50개 주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투표 절차를 연방 정부 차원에서 표준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존 루이스 투표권 증진법안'은 최소 15일간 사전 투표를 진행하고 우편투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며,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지난 1965년에 제정된 투표권법의 여러 보호 조치를 되살리는 내용이 골자다.
바이든은 이날 상원 투표 직후 성명을 내고 "몹시 실망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민주주의의 심장이자 영혼이라고 할 수 있는 투표권을 확보하기 위한 연방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이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며 "미국에서 급진주의가 차단된 좋은 날"이라고 기뻐했다.
바이든 정부는 투표권 관련 법안이 오는 11월 중간선거, 더 나아가 2024년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투표권 법안은 최근 '마틴 루터 킹 기념일'에 킹 목사의 유가족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통과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민주당 입장에서 중요한 지지세력인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종 유권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슈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법안이 재추진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 규정이 살아있는 한 공화당의 반대를 뚫고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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