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일부 보수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방해에 경찰의 미온적 대응을 지적하며 긴급구제를 권고했다.
"단순히 두 개의 집회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질 때 조정하는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며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고 불의에 책임을 구하는 세계 최장기 집회의 보호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인권위는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장에 "정기 수요시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반대집회 측에 집회의 시간과 장소를 달리 하도록 적극 권유하라고 권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이와 함께 "△반대집회 측에서 지나친 스피커 소음 등으로 수요시위를 방해하는 행위 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수요시위 참가자들에 대해 명예훼손이나 모욕 행위를 하지 않도록 현장에서 중지 권유 또는 경고하고 △이 사건 피해자 측에서 처벌을 요구할 경우 적극적으로 제지하고 수사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수요시위 주관 시민 및 정의기억연대 등은 "1년 전부터 반대 단체들이 조롱과 모욕적 언행 등으로 수요시위를 방해하고 있다"며 "집회·시위 등의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 경찰이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아 수요시위의 정상적인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정기 수요시위는 1992년부터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돼왔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로 집회가 제한되면서 1년 넘게 1인시위로 이어지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과 함께 다시 대면집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단체가 이 자리에 먼저 집회를 신고하면서 인근으로 옮겨 진행하게 됐다. 맞불집회를 주도하는 보수단체 측에서는 수요시위 장소를 둘러싸고 스피커 소음 등으로 방해하고 있다. 종로 경찰서 측은 "집회 중 나온 일부 행위나 발언을 이유로 집회를 제지한다면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수요시위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에 우리 시민사회에 그 책임을 묻는, 세계사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운동"이라며 "1992년 1월 이후 30년간 매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진 세계 최장의 집회"라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향후 수요시위에 대한 반대집회 측의 방해 행위가 반복될 것이 우려됨에도 경찰이 이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집회방해가 계속될 개연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30년간 매주 같은 장소와 시간에 진행되었던 수요시위가 계속되지 못한다면 수요시위의 목적과 역사성을 상실하여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한다고 판단한다"고 긴급구제 조치 권고 이유를 설명했다.
인권위는 향후 종로 경찰서의 권고 이행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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