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감수성은 높아지는 데 반해 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차별금지법(평등법)이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눈길을 끈다.
직장갑질119의 윤지영 변호사는 13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급 차이 등 눈에 보이는 위계 속에서 일어난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다"며 "개인이 가지는 사회적 지위, 상황 등이 고려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눈에 보이는 위계'란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를 정한 근로기준법 내의 관계를 말한다. 괴롭힘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괴롭힌 것을 의미하는데 법적인 의미의 '우월한 지위'란 직급이 높거나 인사권 및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관계를 말한다.
윤 변호사는 "통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지 여부만 보고 개인의 취약한 특성을 판단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현실에서는 개인의 특성에 따라 우월한 지위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계약직 직원이 정규직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등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 발언이나 괴롭힘 등은 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여자와 북어는 3일에 한 번 패야한다"는 등의 발언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적 발언, 괴롭힘이라 할 수 있지만 법 적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성적(sexual)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보기 어려워 성희롱 관련 법제도 적용하기 어렵다. 교수가 제자를 괴롭히는 행위 등은 위계가 분명하지만 고용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윤 변호사의 이같은 의견은 전날(12일), 쿠팡 창원 1센터의 성소수자 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한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은 고용 등의 영역에서 국적·인종·나이·성별·성별정체성·고용형태 등 사회적 지위라라 할 수 있는 정체성에 관련된 일체의 차별적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시행돼 2년 6개월을 맞이했다. 그러나 실제 노동자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법 적용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 간접고용 노동자, 특수고용 및 프리랜서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은 제외돼 결과적으로 약 1000만 명의 노동자가 법 사각지대에 있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도 현행법이 해결 및 사후 조치과정 전반을 기업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두고 있다는 점 △이로 인해 피해자를 겨냥한 보복조치가 흔하게 발생하는 점 △징계, 헛소문, 따돌림 등 또 다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점 등도 보완 과제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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