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창원1센터에서 벌어진 성소수자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두고 시민단체가 대책 마련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법적·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많은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성소수자 노동자는 더욱 보호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은 11일 논평을 내고 "성소수자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피해에 제도적, 법적 도움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수차례 문제가 된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빈번한 인권침해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엄격한 적용과 쿠팡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피해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쿠팡 창원 1센터에서 근무하며 관리자인 가해자로부터 수차례 폭언 등 괴롭힘 피해를 겪었다.
피해자는 "괴롭힘이 일어날 때마다 피해자는 회사에 이를 알리고 조치를 요청했으나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뒤늦게 사측에서 마련한 대면자리에서 가해자에 의해 아웃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피해자는 다른 직원들에게 사실이 알려질 수 있다는 우려에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측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일부 인정하며 가해자에게 서면 경고 조치하는 데에 그쳤다. 피·가해자 분리조치도 이루어지지 않는 등 피해자 보호조치도 없었다. 심지어 피해자는 직장 내 보안검색대에서 하청업체 소속 보안요원에 의한 성희롱 피해를 겪었다. 그러나 사측에서는 보안요원이 쿠팡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성인은 지난 몇 년간 논란이 된 쿠팡의 노동환경 실태를 꼬집으며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성소수자인 노동자는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혐오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아웃팅 등을 걱정해 쉽게 신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성인은 "성소수자라는 사실만으로 괴롭힘의 명분이 되고, 성소수자는 존재 자체로 기업문화에 반하는 존재로 지탄받아 낙인찍혀 괴롭힘의 대상이 되기 쉽다"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성소수자 노동자들은 본인의 성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이 두렵거나 이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돼 단순한 항의조차 못한다"고 했다.
지난 2016년에 레인보우커넥션프로젝트가 발표한 '한국 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 성인건강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소수자 노동자의 93%가 일터에서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경험했다고 나타났다.
슈미 행성인 활동가는 "이 사건에서 가해자가 갑자기 '너에 대해서 안다'며 아웃팅한 점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정체성을 알고 있다는 식으로 말해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할 수 없게 만들려는 의도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쿠팡의 소극적인 조치에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행성인은 "피해자는 공황증상으로 응급조치를 받아야 했으나 쿠팡 본사는 규정을 이유로 유급휴가를 불허했다"며 "그간 시민사회뿐 아니라 국정감사에서도 노동자 착취 문제로 지탄받으면서도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은 쿠팡의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직장갑질119의 윤지영 변호사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기업은 문제해결보다 덮기에 급급하고 법과 제도는 뒷짐지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법은 사내해결을 최우선으로 하는데 사내해결을 잘 할 수 없는 구조에서 사내해결 원칙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고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괴롭힘이 확인되면 가해자를 징계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그 수준이 회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다"면서 "회사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다 보니 피해자에게 휴가를 주거나 가해자에게 경위서작성 등 실제로는 미흡한 조치라 하더라도 회사가 뭔가를 했다고 하면 조치를 취했다고 인정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피해자 측 주장과 달리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했으며 가해자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향후 재발방지 교육과 조치 등을 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아래 피해자와의 인터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