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5년간 원자력 분야에 2조7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28일 결정했다. 기후 환경 단체가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원전개발을 강조해 온 측도 정부의 자기부정 아니냐며 이번 결정을 희화화하는 모양새다.
28일 녹색당은 논평을 내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핵산업 진흥에 2조7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며 "정부가 이제 더는 본색을 감추는 시늉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전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제10회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주재해 '제6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의결했다.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은 정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원자력 관련 계획의 기틀이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향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 사회로의 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대세"라며 기후위기 대응이 원자력 투자의 배경임을 분명히 했다.
제6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지원 방안이 담겼다. SMR은 원전 개발을 찬성하는 이들이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 꼽는 소형 원자로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내년 중 총 5832억 원이 드는 혁신형 SMR 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기로 했다. 이 같은 지원을 2028년까지 이어가 한국형 SMR의 국제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정부 정책의 골자다.
아울러 6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는 가동원전의 안전 R&D와 사용후핵연료 저장 및 처분 R&D 지원에 2029년까지 각각 6424억 원, 4300억 원을 투자하는 방안도 잡혔다. 또 차세대 원자력 시스템 개발을 지원할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착공에도 2773억 원을 투자하는 안이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월성 1호기 폐쇄를 공약으로 내걸고 선거에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지난 2016년에는 영화 <판도라>를 관람한 후 "(사고) 확률이 수백만 분의 1밖에 안 되더라도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원전 개발을) 막아야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원전이 밀집된 고리 지역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340만 명의 시민이 살고 있어, 만에 하나 원전사고가 발생한다면 최악의 재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설계 수명이 다 된 원전을 대체하지 않고 하나씩 없애가고, 대신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해 60년에 걸쳐 탈원전을 이루겠다고 장기 로드맵을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원자력진흥위 결정을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전날 김부겸 총리는 "현재 가동중인 원전을 앞으로도 60년은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해야 하는 만큼, 안전 관리 방안 수립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투자 결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원전 추가건설은 멈췄지만, 원자력 기술 자체는 다양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녹색당은 이날 논평에서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탈핵' 구호를 빼앗아 탈핵 목소리를 틀어막은 한편, 밀실에서 핵진흥정책을 추진했음이 드러났다"며 "정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또 '탈원전 중에도 원전 기술은 발전해야 한다'는 김 총리 발언을 두고 "내로남불식 궤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녹색당은 이번 원자력진흥위 결정으로 "정부가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정책을 두고 국민을 대화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음"이 분명해졌다며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 강조하는 SMR을 두고는 "상용화까지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혈세를 잡아먹는 밑빠진 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녹색당은 원자력진흥종합계획 폐기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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