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 유치환의 고향 거제에 세워진 청마기념관 운영 수탁자인 청마기념사업회가 기념관에서 일할 직원을 짬짜미 채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22일 거제시에 따르면 청마기념사업회는 지난 2018년부터 청마기념관을 거제시로부터 위탁받아 4년째 운영 중인 단체다.
거제시는 청마기념사업회에 연간 1억2500만 원(2021년 기준)의 시비를 청마기념관의 인건비를 포함한 위탁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청마기념사업회는 청마기념관 위탁금과 청마문학제 보조금 4500만 원, 저작권료 2000만 원, 회비 약 500만 원, 찬조협조금 1000만 원 등을 포함, 전체 2억 원 이상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청마기념사업회는 지난 17일 자체 공모절차를 거쳐 거제시 퇴직 공무원인 A씨를 청마기념관 명예직 관장으로, 개인 사정을 이유로 사직한 사무장 후임에 수석 부회장이었던 B씨를 사무처장으로 선발했다.
청마기념관 관장 공모에는 A씨가 단독 지원했으며 사무처장은 B씨 등 2명이 지원했다. 신임 명예 관장과 사무처장은 2022년부터 2년 동안 청마기념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게 된다.
새로운 관장과 사무처장 선발에는 지난 10월 변경된 청마기념관 운영위원회 규칙과 운영 규정이 적용됐다.
계약 만료된 관장을 상근직에서 명예직으로 변경하고 관장에게는 운영위가 거제시와 협의를 거쳐 예산 범위 내에서 매월 품위 유지를 위한 활동비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관장과 사무처장은 공고 때부터 사전 내락설이 흘러나오는 등 짬짜미 채용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특정인 채용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규칙과 규정을 변경하고 모집 요강까지 만들어었다는 의혹이다.
지난 11월 23일자 모집공고에는 경력직인 사무처장의 응시연령을 68세 이하로 제한했다. 그동안 청마기념사업회는 정규직 또는 기간제 직원 모집을 할 때 응시연령은 통상 만 18세 또는 20세 이상부터 만 60세 이하로 규정했다. 때로는 아예 연령 제한을 두지 않는 등 들쭉날쭉했다.
명예직인 관장의 응시자격과 경력직인 사무처장이 동일하게 문화․예술분야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람(4대 보험 가입사업장), 한국문협 가입 문인으로 개인 저서 1권 이상을 발간한 사람, 위와 동등 이상의 자격이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기념관운영위원회)이라고 명시했다.
청마기념사업회 양재성 회장은 응모자격은 “운영위원회 의결에 따랐으며 정년이 없지만 계약직이라 하더라도 통상 70세를 넘지 않는다는 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2년 계약 근무를 염두에 두고 68세 이하로 제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문협 가입 문인으로 개인 저서 1권 이상을 발간한 사람이라고 한 조건에 대해서도 “문화예술 분야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람 외에 일반 문인들에게도 응시기회를 주자는 차원에서 문호를 확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모집공고가 특정 지원자에게 유리하도록 했다는 지적 외에 청마기념사업회장과 특정 면접관이 직접 경력직 공모에 응시한 지원자를 만나 서로에게 양보하라고 사전 조율을 시도했던 일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C씨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선 후배 사이라 순수한 자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리를 양보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래서는 안 된다. 마음은 십분 이해되지만 기념사업회 자체가 채용을 흥정하는 집단으로 변질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직원 채용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 회장과 면접관까지 함께 나서 지원자를 설득하려고 했다는 것 만으로도 기념사업회가 공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양재성 회장은 “문인 활동을 해온 지역 인사 2명이 경력직 사무처장에 응모했다. 두 사람 중에 누군가는 탈락하게 되는 안쓰러운 상황이 생겼다. 사전에 두 사람의 원만한 합의(양보)가 이루어지기길 기대했다. 두 사람을 불러 합의를 권유한 사실은 있다. 혼자 자리를 만드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운영위원 한 분에게 동석을 요청한 것이며 원만하게 풀어가려고 한 것이 엉뚱한 오해를 불렀다”는 입장이다.
양 회장은 “마지막까지 절차에 따르겠다는 두 사람의 뜻에 따라 채용절차는 공정한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이 취재에 나서자 기념사업회 한 인사는 “새 사무처장이 1년만 근무하고 명예롭게 퇴직하도록 길을 열어주고 남은 1년은 탈락자가 자연스럽게 승계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도 있다. 나름의 수습안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청마기념관 관장과 사무처장 채용과 관련한 잡음은 거제시의회까지 번졌다.
거제시의회 정기회 기간 D 의원은 청마기념관을 포함, 시 보조금 또는 위탁금 지원단체들의 운영실태를 문제 삼는 시정 질문을 예고했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D 의원은 “공교롭게 시정 질문 날짜와 기념관 지원자들의 채용일정이 겹치면서 예정된 시정질문을 할 경우 자칫 의회 의원이 특정 기관의 인사에 개입하려 한다는 오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시정질문을 유보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양 회장은 시정질문을 준비한 D 의원과도 사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마기념관 위탁기관인 거제시는 “청마기념관은 관장, 사무장, 학예사를 두어야 하는 박물관 시설이다. 거제시가 인건비에 해당하는 위탁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운영이나 직원 채용 등은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이 정한 대로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 건(직원 채용)에 대해 거제시가 코멘트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어찌되었던 잡음이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양재성 회장은 “거제시에서 받고 있는 위탁금 대부분이 인건비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내부적인 논의가 있었다. 상근직 관장을 명예직으로 변경하면서 절감되는 인건비 1600여만 원을 청마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콘텐츠 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청마문예교실’, ‘청마사진콘테스트’, ‘거제를 시로 기록하다’ 등의 사업비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안>이 취재하는 동안 “청마기념관에서 일할 실무자(사무장)을 채용하는데 사무처장이란 그럴싸한 직책을 만들어 예우하며 체면치레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는 문인들의 의견 개진과 특정인에 대한 제보도 이어졌다.
“청마기념관의 명예직 관장이 공무원 연금을 받는 사람이라면 굳이 상근직이 아니어도 된다. 기념관 운영 규칙이나, 응시자격을 변경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어찌보면 이런 석연찮은 일들이 공교롭게 한꺼번에 일어났다. 예견된 사태다”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청마기념사업회의 짬자미 채용 의혹은 거제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청마사업기념회 내부의 새로운 시비거리를 낳고 있어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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