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소공헌(召功軒)은 21일부터 전이린 작가의 '동일한 하루(identical days)' 전시를 시작한다.
전이린 작가는 순수 미술과 디자인을 아우르는 조형 언어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작가와 관림자가 어떻게 미적 경험을 공유하는 가에 관한 실험적인 드로잉 작업과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전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BFA)을 전공한 후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 회화와 판화 (MFA)를 전공하고 현재 연세대학교 언드우드 국제학부 문화디자인경영학과에서 조형실기와 현대미술을 강의 중이다. 2019년에 서울에서 두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2020년 봄 미국 워싱턴디씨에서 ‘시간기록’ 드로잉 개인전을 가졌다.
비어있는 종이 위에 일정한 크기의 그리드(격자 형식의 무늬)를 만들고 작은 점들을 수없이 반복하여 메꾸어 가는 작가의 드로잉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시간의 양과 질에 대한 고찰을 엿볼 수 있는 작가의 '하루(day)'는, 작가에게 지구의 자전으로 이뤄지는 과학적 기준으로의 접근이 아닌 작품의 시작 시점과 완성되는 마지막 날로 정의된다.
소공헌 갤러리 측에 따르면, 인간에게 주어진 찰나의 짧고 소중한 시간을 기록하며 그 시간 내에 던져진 삶을 녹여내는 것이다. 생명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 시간은 과거-현재-미래라는 선형적 구조에서 벗어나 덩어리의 무게감으로 다가오며 작품의 완성과 함께 하루의 끝이 다가온다. 이번 전시는 'day 14'일부터 'day 60'일까지 작품 중 신작 위주로 약 20여 점이 선보인다.
'점'은 선 또는 표현을 위한 최소한의 단위이자 행위에 대한 상징이다. 작가에게 '점(Punkt)'은 존재하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공백이자, 작가가 부여하는 프레임 속에서 '완전한 하루'를 만들어내는 태초의 시간을 의미한다. 스스로 만들어 낸 사각 틀 안에 '점의 표상'을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작가의 손으로 남겨진 흔적만이 남고 점은 의미의 공백을 이루는 것이다.
작가는 점이 가진 '없음:공백'의 특성을 가시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은유'가 가진 한계를 적극 수용한다. 점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과 끝이 하나로 포개져 있으므로 '영원한 시간'이 가능한 궁극의 지점이다.
갤러리 소공헌측은 "캔버스 위에 놓여진 점 하나하나에 '지금'의 순간을 새기며 그 반복성이 지향하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작가가 만들어 놓은 하루 속에서 자신만의 하루의 경계를 그리고 안식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 개요]
전시명 : 동일한 하루(identical days)
전시기간: 2021.12.21(화) ~ 2022.02.04(금) AM 11:00 ~ PM 18:00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소공헌(召功軒) 갤러리/종로구 창덕궁길 47 지하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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