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변방으로 밀려난다는 건 창조의 기회를 얻는 것이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변방으로 밀려난다는 건 창조의 기회를 얻는 것이다

[노회찬의 나라 밖 인물 산책 ㊳] part 4 변방의 정치는 변방이 아니다 : 들어가는 글

이번 노회찬의 기록이야기 제목은 <기록으로 찾아가는, 노회찬의 '나라 밖 인물' 산책: 칼 마르크스에서 브라질의 룰라까지>이다. 칼 마르크스부터 브라질의 룰라에 이르기까지 '나라 밖 인물' 20여 명과의 직·간접적인 만남과 인연을 주제로 노회찬의 여정과 활동을 재구성한 것이다.

<노회찬의 나라 밖 인물 산책>은 11월 1일부터 매주 월·수·금 3번 씩 연재된다. '평등하고 공정한나라 노회찬재단'(노회찬재단)과 <프레시안>이 함께한다. 편집자.

<노회찬의 나라 밖 인물 산책> (☞시리즈 모아보기)

part 1 혁명 그리고 정치

part 2 유럽 사민당 리더와의 조우

part 3 스칸디나비아(북유럽) 복지모델을 만나다

㉙ 들어가는 글 북유럽식 사민주의, 인구 5000만 한국에도 가능하다면 (☞바로가기)

㉚ 올로프 팔메 上 "젊은 정치를 보고싶다…왜 한국정치를 '19금'에 묶어놓나"(☞바로가기)

㉛ 올로프 팔메 下 "넌 특별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스웨덴, "정치는 일상이다"(☞바로가기)

㉜ 타게 에를란데르 上 "그렇다면 진보정당이 집권하면 어떤 세상이 될까요?"(☞바로가기)

㉝ 타게 에를란데르 下 스웨덴의 노사정 대화는 오페라와 샴페인 얘기부터 시작했다. (☞바로가기)

㉞ 에이나르 게르하르센 上 세계 최고 2394시간 일하면서도 월 46만 원씩 잃던 한국(☞바로가기)

㉟ 에이나르 게르하르센 下 한국사회를 혐오의 도가니로 만드는 이것(☞바로가기)

㊱ 꼬이비스토·할로넨 上 핀란드가 사랑한 대통령 마우노 꼬이비스토(☞바로가기)

㊲ 꼬이비스토·할로넨 下 청년에게 '표' 이상의 가치를 두는 정치가 있었다(☞바로가기)

"진보정치가 여전히 '변방'에서 적은 힘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어차피 어떤 새롭게 정책적으로 정책 이념적으로 분별, 정립된 양당제가 아니라, 과거의 낡은 유산으로써 특정지역에 대한 어떤 패권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그것도 잘못된 선거제도에서 뒷받침되고 있는. 그래서 누구나 다 그것이 극복되어야 할 어떤 과거형 정치라고 얘기해 왔던 그것이 온전 강화되는 방향으로 지금 가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런 점에서 진보정치가 여전히 '변방'에서 적은 힘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진보정치가 추구하고 있는 바야말로 좀 정책 중심으로, 인물이나 지역이 아니라 정책 중심으로 분별, 정립되어서 유사한 정책을 가진 세력들끼리 연합하는, 그리고 경쟁하는 그런 구도라는 점에서 어찌 보면 외롭긴 하지만 미래에 먼저 와 있는 그런 지점도 사실 있는 것이거든요."

"여전히 '변방'에서 적은 힘으로 유지되고 있는 진보정치"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이 대화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2014년 3월 3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진행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말이다.

▲<KBS 스페셜: 노회찬과 상계동 사람들>(2018.4.13.) 화면 갈무리

2018년 4월 13일 방송된 KBS 1TV <KBS 스페셜: 노회찬과 상계동 사람들>(연출 임기순, 글 주은경)은 18대 총선에서 '서울의 변방' 노원구 상계동에 출마해 석패한 노회찬을 다루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의 변방 노원구, 그 노원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노원구 병 선거구 상계동 지역은 지금 갈등과 욕망이 얽혀있는 곳이다. 서울 하늘 아래 마지막 달동네였던 상계동에 뉴타운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개발이 돼도 득보다 실이 많을 달동네 세입자들조차 개발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집권 여당을 지지한다. 여론조사 결과 월 소득 150만 원 이하 저소득층에게서 노회찬의 지지율은 더 낮게 분석됐다."

"유세 기간 동안의 여론조사에서 박빙이긴 하지만 13전 13승을 기록했던 노회찬 대표는 결전의 4월 9일, 3%의 득표 차이로 정치 신인 홍정욱 후보에게 무릎 꿇었다. 민주노동당과 더불어 진보 정치의 한 축인 진보신당은 결국 한 석도 얻어내지 못했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진보정치의 씨앗을 심고자 했던 노회찬. 하지만 2008년 상계동 사람들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2014년 7월 29일, 7.30 동작을 재보궐선거에서 노회찬 정의당 후보와 맞붙은 나경원 새누리당 동작을 후보는 YTN 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강남의 변방, 강남 4구'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앵커 : 오늘 마지막이네요? 동작을 주민들 만나보시면서 어떤 말씀 가장 많이 듣고, 해주세요?

나경원 : 실질적으로 제가 동작 주민들 만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게 소외감입니다. 동작대로를 사이에 두고, 어떻게 보면 '원조 강남'이라고 할 수 있는 동작구가 어느새 강남의 변방으로 밀려났거든요. 

그래서 동작대교를 사이에 두고 서초구와의 여러 가지 차이, 차별에 대해서 속상해 하시고요. 그래서 지역 발전을 좀 시켜달라는 게 가장 많은 주민들의 말씀입니다.

앵커 : 방금 변방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강남 4구로 만드시겠다는 말씀하셨죠?

나경원 : 네. 그렇습니다.

'서울의 변방' 노원병(상계동)과 나경원의 '강남의 변방' 동작을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뉴타운 개발의 상계동, 동작구 을지역(사당1,2,3,4,5동, 상도1동, 흑석동)의 강남 4구로의 진입 등은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일까? 그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신영복이 언급하는 '변방의 창조성'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것은 틀림이 없었을 것이다. 노회찬이 '마음의 스승'으로 품은 신영복 선생은 자신의 사유의 정점을 찍을 화두로 '변방'을 꺼내들었다. "변방은 창조의 공간입니다." 신영복은 창조를 강조하며 '변방'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신영복의 시화 <변방 창조> ⓒ더불어숲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떠나는 자 흥하리라' 유목주의의 금언입니다.

창조는 변방에서 이루어집니다. 중심부는 지키는 것에 급급할 뿐입니다.

변방이 창조공간입니다.

그러나 변방이 창조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전제가 있습니다.

중심부에 대한 컴플랙스가 없어야 합니다.

컴플랙스가 청산되지 않은 변방은 중심부보다 더욱 완고한 교조敎條의 아성이 될 뿐입니다."

▲신영복의 <변방을 찾아서>(돌베개, 2012) 책 표지와 수록 내용 갈무리 ⓒ돌베게; 더불어숲

<경향신문>에 연재한 '변방을 찾아서'의 글들을 모아 엮은, 신영복의 신간 <변방을 찾아서>(돌베개, 2012)는 '변방'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류 역사는 '변방'에서 시작된다."

"'변방'은 변화와 소통이며, 변화와 소통은 생명을 유지하는 힘이다"

"변방에 서라, 마이너리티(minority)의 입장에 서라!"

"변방과 중심은 결코 공간적 의미가 아니다. 낡은 것에 대한 냉철한 각성과 그것으로부터의 과감한 결별이 변방성의 핵심이다."

▲<노유진의 정치카페 테라스>에 출연해 변방의 창조성과 역동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 신영복 선생(2015.5.21.) ⓒ노회찬재단

2015년 5월 21일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가 진행하는 <노유진의 정치카페 테라스>라는 팟캐스트에 노회찬은 신영복 선생과 함께 그의 인생과 새 책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돌베개, 2015)에 대해 2시간여에 걸쳐 잔잔한 이야기를 나눈다. "노 의원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안 나왔을 텐데...나왔다." 

사실 신영복이 나오기 쉽지 않은 자리였다. 당시 신영복은 암 투병 중이었는데 몸이 좀 회복되기도 했고 또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귀중한 시간을 낸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신영복은 변방의 창조성과 역동성과 함께, '나무와 물'의 철학과 철학적 상상력, 감옥생활 20년의 교훈이자 고별수업 주제였던 석과불식(碩果不食)의 '엽락(葉落)-체로(體露)-분본(糞本)', <담론> 읽기의 의미 등에 대해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노유진의 정치카페 테라스>에서 말한 것처럼, <담론>에서 신영복의 '변방'은 단순히 공간적 개념이 아니었다. 오리엔트의 변방이었던 그리스와 로마, 그리스와 로마의 변방이었던 합스부르크와 비잔틴, 근대사를 열었던 네덜란드와 영국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명은 끊임없이 그 중심지가 변방으로 이동해온 역사였다.

신영복은 우리가 갇혀 있는 틀을 깰 수 있게 해주는 변방의식을 새 영토를 찾아가는 '탈주'(脫走)에 비유한다. 이를 통한 그의 결론은,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 마지막 장에 나오는 "창조야말로 저항, 저항이야말로 창조"를 인용한 "변방은 저항과 창조의 공간"이다. (이은경,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젊은이여, 스스로 '변방'에 서라"」, <여성신문>, 2016.1.16.)

"우리 사회 최고의 변방이 감옥 아닙니까. 변방은 창조의 공간입니다. 기존의 틀 속에 갇히지 않고 지배 이데올로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감옥은 최고의 변방입니다. 각성의 영토입니다. 그리고 최고의 교실입니다. 수많은 비극의 주인공들이 있고, 성찰의 얼굴이 있고, 환상을 갖지 않은 냉정한 눈빛이 있습니다. 감옥은 '대학(大學)'입니다." (<담론> 내용 가운데)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 20일을 복역한 뒤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한 신영복의 말에, 2년 6월형을 선고받고 2년 4개월 뒤 만기 출소한 노회찬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을까 싶다.

신영복의 '변방성'(창조성과 역동성)을 전제로 하면서, <part 4>에서는 공간적 개념 속의 변방으로 남아공·폴란드·칠레·브라질을 노회찬과 함께 찾아가면서 만델라, 바웬사, 아옌데, 룰라를 만나는 세계사 인물 산책을 시작한다.

▲만델라. 바옌사. 아엔데. 룰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