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수사 2개월여 만에 재판 첫 준비절차가 열렸으나 피고인들이 수사기록조차 확보하지 못해 재판이 헛돌았다.
기소된 이들 중 유일하게 정영학 회계사만 혐의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입장을 유보하면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를 보여 향후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6일 오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정 회계사, 전직 기자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는 4명의 피고인 가운데 유 전 본부장만 출석했고, 나머지 3명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구속 상태인 유 전 본부장은 하늘색 수의 차림에 흰 마스크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정 회계사의 변호인은 "(다른 피고인들과) 입장이 다르다 보니 준비기일에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어떤 낙인을 찍을까 두려움이 있다"면서도 "공소사실에 관해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인은 또 "가장 문제 되는 (정 회계사의) 녹취록 신빙성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실체적인 진실이 드러날 수 있도록 재판에 협조하려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남 변호사의 변호인은 모두 입장을 유보했다. 이들은 모두 검찰 수사기록을 전혀 열람·등사하지 못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유일하게 직접 법정에 출석한 유 전 본부장은 입장을 묻는 재판장에게 "변호사를 통해 같이 협의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김씨 측 변호인도 입장을 모두 유보하면서 "기소 이후에도 검찰이 계속 소환조사를 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변호인은 "공판 과정에서 소환조사가 이뤄지면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김씨 측은 "이 사건의 증거기록만 43권에 달하고 (검찰에서) 진술한 사람만 50명에 이른다"며 "수사에 방어할 충분할 시간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장기간에 걸친 공방을 시사했다.
남 변호사 측 변호인은 "구체적인 의견은 서면으로 말하겠다"면서도 "공소장에 남욱 피고인이 이 사건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전혀 기재하지 않았고, 단순히 정민용을 추천했다는 사정만으로 공모관계가 있다고 연결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최소한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수사기록을 열람하는 것이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검찰에 당부했다. 아울러 "유동규 피고인이 구속기소 된 지 많은 시간이 지났다"며 "증거조사를 최대한 밀도 있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 전 본부장이 올해 10월 21일 기소돼 6개월 뒤인 내년 4월 중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점을 고려해 재판부가 심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재판부는 이달 24일을 2회 공판준비기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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