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초 26일로 예정한 코로나19 방역 강화 대책 발표일을 29일로 늦췄다. 특히 방역패스(백신패스,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이어져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접종증명·음성확인제인 방역패스의 확대를 관계부처간 신중하게 논의하고 있으며 종합적인 대책은 충분한 검토를 거쳐 29일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이 이후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서 설명됐다. 정부의 일상회복 정책 민관 자문역을 맡은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서 관련 정책에 관한 논쟁이 이어졌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11시 40분까지 열린 일상회복지원위 제4차 전체회의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4주차 들어 심각해지는 고령층 중심 코로나19 유행과 중증환자 증가 대책으로 추가접종(부스터샷)을 보다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에 참석 위원 대부분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논쟁이 격화했다. 이 1통제관은 "유행 차단을 위한 방역패스 적용범위 확대나 사회적 대응을 강화해야 된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이런 조치들은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광범위하여 민생경제 등 사회경제 피해가 크"다는 반박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보다 자세히는, 18세 이하 청소년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하자는 방안이 전날 일상회복위에서 나왔다. 노래연습장과 목욕장, 100인 이상 행사에도 방역패스를 필수로 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방역패스 확대 범위도 논의됐다. 유효기간은 추가접종 기간을 고려해 6개월로 설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가장 먼저 완료한 고령층의 경우 접종 완료 4개월 이후부터도 추가접종을 받고 있다. 방역패스 적용 시한을 더 당길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는 50대의 경우 접종완료 후 5개월이 지나 한 달에 걸쳐 추가접종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 6개월로 방역패스 설정 기한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측이 이 같은 방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더 구체적인 손실보상 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방역수칙 강화와 함께 손실보상 안이 패키지로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당초 정부는 이날 일상회복위에서 의견을 모은 후, 이를 바탕으로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방역 대응 계획을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상회복위 논의가 타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정부 발표도 미뤄지게 됐다.
이에 정부는 이번 주말 주간 위험도평가회의 결과까지 취합해 다음주 월요일에 종합적인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논의 결과를 종합하면, 앞서 공문서 유포 괴담 등으로 논란이 된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복귀 등은 현재 일상회복위에서 논의의 핵심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방역패스 도입 여부도 쉽게 결정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방역패스 도입에도 여러 상황 가정이 필요하다. 만일 장기간에 걸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패스 제도를 유지한다면, 6개월마다 방역패스 발급을 위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방역패스 도입 논의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을 거쳐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시민 사회의 반발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럽다.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조치며 이로 인해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섣부른 거리두기 완화 이후 다시금 대규모 유행에 직면한 독일 등 유럽 여러나라에서도 방역패스 도입을 강제화하고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시민들의 반발이 일어난 바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방역패스 유효기간에 대해서는 현재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전문가위원회를 거쳐 의사결정이 진행 중이며, 어제 일상회복지원위에서는 이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유효기간의 기간 간격 문제, 적용대상, 향후 운영 방안 등의 세부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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