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급감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량을 줄이는 등의 방법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26일 밝혔다.
해당 발언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 후 질의 시간에 전날 화제가 된 이덕희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의 주장에 관한 정부 생각을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교수는 지난 16일 카카오가 운영하는 블로그 '브런치'에 쓴 글에서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급감의 주요 요인으로 자연 감염에 따른 광범위한 면역 형성을 꼽았다. 이를 본받아 한국이 강력한 추적으로 대표되는 'K-방역'을 버리고 지금이라도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는 역학조사와 무증상자·경증환자에게까지 무료로 시행하는 PCR 검사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확진자 수 급감은 K-방역의 대전제, 즉 '무증상이라도 절대로 걸리면 안 되는 감염병'이란 가정에 치명적 오류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K-방역의 폐해는, 코로나19에 대해 국가가 앞장서서 과장된 공포를 조장하고 이를 방역의 성과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일본의 PCR 검사량은 한국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잡아내는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나 경증 환자를 일본은 추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교수는 바로 이 같은 대응책으로 일본에 자연 감염자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자 자연스럽게 광범위한 면역 체계가 형성돼 확진자가 급감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PCR 검사를 일인당 2만 엔 수준의 유료로 전환하자, 국내 일각에서는 PCR 검사량이 줄어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확진자도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러나 지난 8월 24% 수준에 달했던 도쿄의 PCR 검사 양성률이 현재는 0.3%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을 보면, 단순히 검사량 감소만으로 일본의 최근 확진자 급감을 설명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만 한국 정부는 이 교수의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존의 광범위한 추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자연감염을 경험하는 사람이 늘어야 되고 이를 위해서 동선 추적을 하는 역학조사나 무증상·경증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PCR 검사를 중단해야 된다는 방법론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람을 빨리 찾고, 감염을 적정 규모 이내로 통제하는 게 여전히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한국 방역당국은 총 41만3138건의 PCR 검사를 시행했으며 직전일(24일)에는 52만2253건의 검사를 시행했다. 이들 검사비는 유증상자와 무증상자를 가리지 않고 무료다.
손 반장은 이에 관해 "궁극적인 이유는 치명률"이라며 "예방접종을 통해 현재 (코로나19의) 치명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계절 독감과 같은 토착화한 감염병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다"고 강조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3만2901명, 누적 사망자는 3440명이며 치명률은 0.79%다. 반면 계절 독감의 치명률은 0.1% 이하다.
손 반장은 "치명률이 0.3~0.4%라 하더라도 확진자 규모가 증가할수록 사망자 규모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 상황에서 진단검사를 중단하고 역학조사를 중단한다면 보다 다수의 확진 규모를 증가시키자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사량을 줄인다면 "확진자 수도 줄어들고, 검사를 하지 않으니 사망자 수도 줄어들겠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굉장히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초과사망(연간 통상적인 사망 범위를 벗어나서 초과하는 사망) 증가로 귀결될 것"이라고 손 반장은 말했다.
다만 손 반장은 이덕희 교수의 글 자체를 알지는 못한다고 전제하며 기자의 질문 내용을 기반으로 이 같이 답변했다. 아울러 "글의 요지가 일상회복을 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해서 좀 더 통상적인 대응체계로 가야 된다는 취지라면 일정 부분 공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