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공군, 성추행 여군 사망이 스트레스성 자살로 둔갑"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공군, 성추행 여군 사망이 스트레스성 자살로 둔갑"

성추행 사망 사건 또 발생, 이번엔 은폐 의혹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의 부실수사로 비판을 받았던 공군이 또 다른 성추행 피해 여군의 사망을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로 처리하려고 시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군인권센터는 지난 5월 11일 공군 8전투비행단(이하 8비) 소속 여군 부사관(하사)의 사망 사건이 있었다며, 사건 당시에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정리되는 듯 보였으나 상담과 사건 기록을 통해 본 사건의 전말은 이와 완전히 달랐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해당 부사관이 사망한 채 발견된 당일, 부사관의 부서 상관인 이 모 준위는 사망한 부사관이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근 시간 30분 전인 오전 7시 33분부터 23회에 걸쳐 전화 통화를 시도했고 연락이 닿지 않아 오전 8시 9분 직접 부사관의 숙소로 찾아갔다.

이 모 준위는 숙소 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나 방법을 찾지 못했고, 오전 8시 45분 대대 주임원사가 도착할 때까지 숙소 앞에서 대기했다. 이후 두 사람은 방범창을 뜯은 뒤 창문으로 숙소에 진입했고 오전 8시 48분 해당 부사관이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119 등 타 기관에 구조를 위한 신고는 하지 않았다.

이후 이 모 준위는 숙소 컴퓨터 책상에 있던 A4 용지와 노트를 만지고 집안을 수색하는 등 사건 현장을 훼손했다. 이에 대해 8비 군사경찰, 군검찰은 부사관 사망 사건 수사와 별개로 가해자와 주임원사를 공동재물손괴, 공동주거침입, 주거수색으로 수사한 후 기소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부사관 사망 원인 수사와 관련, 8비 군사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모 준위가 해당 부사관에게 강제 추행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모 준위는 올해 3월~4월 초 사이와 4월 21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부대 상황실에서 피해자의 볼을 잡아당기는 등의 강제추행을 했음을 자백했다.

사망한 부사관이 "얼굴 만지는 거 싫습니다"라고 거부의사를 밝혔다는 점도 이 모 준위의 진술에 의해 확인됐다. 4월 21일부터 사망한 부사관이 이 모 준위의 전화 연락을 피하는 수가 늘어난 점도 군사경찰이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이틀 전인 5월 9일 사망한 부사관이 마지막으로 만난 부대원은 이 모 준위였다. 그는 사망한 부사관을 본인 차에 태워 20분 정도 같이 있었다. 그런데 이 모 준위는 통화 기록을 삭제했고 차량 블랙박스 기록은 다른 영상들에 의해 덮여 있었다.

8비 군사경찰은 6월 2일 이 모 준위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거짓말탐지검사를 의뢰했고, 그는 "현장에서 노트북이나 유서 등 기록물을 챙겨 나온 일이 있습니까?",  "함께 근무하는 동안 피해자와 성적인 스킨십을 하거나 성관계를 한 적 있습니까?" 라는 두 질문에 모두 '아니오'라고 답했으나, 둘 다 거짓으로 판정되기도 했다.

▲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 7월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 모 중사 추모소 모습. ⓒ연합뉴스

문제는 성추행 사실이 있었고 부사관의 사망 원인이 이와 무관하지 않음에도 8비 군사경찰이 수사 결과에 강제 추행 관련 사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유족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어 이 모 준위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수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민원을 8비에 접수했다. 이후 6월 22일 담당 군검사는 "관련 혐의에 대해 유족 요청에 의해 진정사건으로 진행하고 있고, 법리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유가족이 사건 수사기록을 정보공개청구한 데 대해 8비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관련 진정사건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수사가 종결된 후에야 열람 등사를 할 수 있다며 비공개 처분했다.

이후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난 8월 3일 공군본부에서 이 모 준위를 '군인 등 강제추행'으로 입건시켰다. 유가족이 강제추행으로 입건된 이유를 묻자 군 검찰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조사하다 보니 강제추행 소지가 있어 입건했다"고 답했다.

센터는 "8비 군사경찰과 군검찰은 가해자에게 자백까지 받고도 성폭력 사건을 묻어뒀다. 사망사건과 성폭력의 연관성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관할을 뛰어넘어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에서 강제추행 사건을 입건, 기소했다"며 공군이 초기에 성추행 부분을 무마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또 "지난 11월 2일 가해자(이 모 준위)와 주임원사에 대한 주거침입 등 사건 3차 공판에서 공군 공중전투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강제추행 건을 주거침입 등 사건에 병합하고 변론을 종결하려했다"며 공군 법원이 성추행 사건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종결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강제추행죄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피해자의 진술권을 보장하고 있는 성범죄"라며 "당일 병합 결정을 알려주고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것은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유족의 권리 행사를 법원이 방해하겠다는 뜻과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최윤석 공군 서울공보팀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군인권센터의 발표 내용과 사실 관계의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