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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한국어와 번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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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한국어와 번역문

신문 기사를 읽다 보면 우리말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 문장들이 많다. 우리말을 오래 강의하다 보니 주변에서 틀리게 말하는 것을 보면 바로 몸에 반응이 온다. 물론 의미가 다른 고사성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나, 말도 안 되는 영어를 문장 속에 넣어 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완전히 우리말이 되어 버린 외래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우리말이 존재하는데, 어려운 영어를 섞어서 쓰는 사람들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바로 귀에 거슬리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평상시에 쓰는 말(문장)들도 영어의 표현형식을 따라 가는 것이 많다. 특히 수동태나 피동형의 문장이 많아진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우리말은 수동태나 피동형의 문장이 발달하지는 않았다. 능동형의 문장으로 표기하는 것이 보통이고, 말을 할 때는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하는 것이 상례다.

지나치게 외국어식으로 표현된 문장 몇 개를 예문을 보면서 살펴보자.

①미군은 아프카니스탄의 모든 환경을 파괴시켰다.

②당뇨병은 식이요법으로 고쳐질 수 있는 병이다.

③공격의 찬스가 주어지면 기민하게 행동해야 한다.

위의 세 가지 예문을 보면 지나치게 영어의 번역투임을 볼 수가 있다. 우선①의 문장을 보면 ‘시키다’라는 사역형의 문장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이라는 관형어가 지나치게 확대되었다. ‘모든 환경을 파괴하였다’면 남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야 하는데, 과연 그 정도로 파괴하였는가 의문이 가고, 다음으로 ‘파괴시킨 것’이 아니라 ‘파괴한 것’이다. 그러므로 위의 문장 ①은

미군은 아프카니스탄은 많은 환경을 파괴하였다.

라고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②번의 문장을 보면 ‘고쳐질 수 있는 병’이라는 말이 지나치게 피동적이다. 병을 고치는 것도 사람의 일이다. 특히 식이요법으로 가능하다고 하는 말이기 때문에 이럴 경우는 일반적인 서술형의 문장으로 만들면 듣거나 읽기에도 훨씬 편하다.

당뇨병은 식이요법으로 고칠 수 있는 병이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③번의 문장을 보자. 요즘은 ‘찬스(chance)’라는 말을 많이 쓰기는 하지만 우리말로 ‘기회’라고 하는 것이 문맥상 보기에 좋다. 그리고 ‘공격의 기회가 주어지면’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피동적이다. 사실 공격의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어진다’는 표현을 바꿔야 한다.

공격의 기회가 생기면 기민하게 행동해야 한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자동차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승용차가 많다. 그러다 보니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그래서 “가로수 밑에 주차시키고 왔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자신이 주차한 것인데, 누구를 시켜서 ‘주차시켰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가로수 밑에 주차하고 왔어.”라고 해도 좋은데, 왜 굳이 ‘주차시켰다’고 표현하는 것일까?

우리말은 쓰기도 편하고 다양한 표현법이 발달은 언어인데 요즘은 외국어 번역투의 표현으로 혼란스러워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제는 한국어의 말글살이를 우리 민족의 문화 수준에 어울리게 바르게 표현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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