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를 통해 공개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구본창(58) 대표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이 벌금형을 구형했다.
29일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 심리로 열린 이 사건 2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 씨에 대해 "양육비 미지급이 우리 사회적 관심사는 맞지만, 특정인의 미지급 사실까지 공적 관심에 해당하는 지는 다른 문제"라며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은 "각자의 사정이 있음에도 양육비 미지급 사유에 대한 특별한 소명 등도 없이 인터넷에 신상이 무방비로 노출될 경우, 명예훼손 침해 정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를 수 있는 문제"라며 "재판부가 표현의 자유 및 공공의 이익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세워 최근 인터넷상 만연한 인격 침해 행위에 대해 엄벌을 내려달라"고 구형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구 씨 측 변호인은 "양육비가 아동의 생존권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볼 때 배드파더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 것"이라며 "양육비 미지급을 알린 다른 유사사이트와 비교했을 때 배드파더스는 미지급자 개인에 대한 모욕적 표현 등이 전혀 없이 공익목적을 위해서만 운영됐음을 구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피고인이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많은 협박에도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현재 우리나라에는 ‘양육비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완전히 없어졌다"며 "개인 희생을 통해 사회가 얻게된 이익 등을 고려해 선처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구 씨 역시 최후진술을 통해 "신상공개 여부는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오로지 법원 판결문이나 양육비 지급 관련 법적 서류를 토대로 판단했다"며 "또 이를 상대방에게도 사전에 통보해 지급 여부를 확인하고,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는 양육자와 협의할 것을 알렸음에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만 불가피하게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또 "사전 통보 방식으로 양육비가 해결된 것이 720여 건, 신상이 공개된 뒤에 해결된 경우가 220여 건 등 총 1000여 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했고, 이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법이 바뀌기도 했다"며 "제가 한 행위로 많은 아이들이 양육비를 받게됐다는 점에서 후회가 없다"고 덧붙였다.
구 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부모들에 대한 이름과 얼굴 사진, 나이, 주소, 직업 및 미지급 양육비 액수 등의 정보를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에 공개해 이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지난해 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7명의 배심원 전원은 무죄 평결을 내렸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이혼 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명예훼손의 위험을 자초한 부분이 있다"며 "인적사항을 공개한 것은 다수의 부모·자녀가 양육비로 고통받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양육비 지급 촉구한 것으로 주요 동기와 목적이 공공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구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의 항소로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2심은 당시 헌법재판소의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관련한 결정을 지켜본 뒤 판결하겠다는 이유로 1년여 간 잠정 중단됐고, 지난 2월 헌재가 ‘사실을 말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재판이 재개됐다.
한편, 검찰은 이날 구 씨와 같이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은 양육비 미지급 부모 관련 내용 제보자 A씨에 대해서도 벌금 100만 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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